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역 내의 상가를 10억대 대출을 포함해 26억원대에 매입해 논란을 빚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사임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싸우면서 정이 든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사퇴를 알렸다.

김 대변인의 사퇴는 전날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여야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여론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김 대변인의 사임은 지난해 2월 박수현 전 대변인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임하자 그 후임으로 임명됐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복합건물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한 경위와 관련해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저는 몰랐다"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이 또한 다 제 탓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장애’에 아내가 질려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사퇴에 앞서 이날 오전 "김 대변인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투기적 성격의 부동산 매매를 했다"며 우려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이 김 대변인 문제를 논의하던 시각에 김 대변인은 사퇴 표명 글을 출입기자단이 가입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보고 김 대변인 스스로 전날 밤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대변인 역할을 겸임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실세 대변인’으로 불렸다.

이날 낮 문 대통령은 김 대변인과 오찬을 함께 하며 김 대변인의 사임의사를 수용했다. 

김 대변인은 장관 후보자들이 부동산 투기의혹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청와대 인사검증 부실 비판과 지명철회,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적극 대응해왔지만 자신이 정작 부동산 문제로 물러났다.

정의당은 이날 “김 대변인은 명예를 버리고 돈을 좇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청와대 인사 능력을 감싸며 대변하던 김의겸 대변인이 개인의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했다”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지만 부동산 투기로 인해 통장 잔고는 넉넉해 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대변인은 "왜 청와대의 인사 검증 눈높이는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인가”라며 청와대의 인사문제를 지적하고 “검증 능력의 문제인지 검증 의지가 없는 것인지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