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를 사들였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1심)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사실에 의심의 여지 없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에 반성의 기미가 없다"(2심) "이유없다. 상고를 기각한다"(대법원)

영화 '시실리 2Km' '차우'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40대 독립영화감독 신모(45) 씨가 마약 밀수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 감독은 해외에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로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신 감독은 유시춘 EBS교육방송 사장의 아들로 알려졌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는 조카와 삼촌 사이다.

대중에게 알려진 영화감독으로 가족이 유명 인사여서 주목도가 높은 인물이었지만 마약밀수 사실이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언론보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신 감독의 법정구속 사실은 일간지와 방송사 가운데 세계일보만이 유일하게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지난해 '해외서 마약 밀수한 영화감독 1심서 '무죄' -> 2심 '징역 3년' 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에도 유시춘, 유시민 두명의 가족관계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처럼 언론에 관련 소식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이례적으로 삼성과 관련돼 부정적인 기사가 잘 다뤄지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세계일보 역시 보도에서는 신모씨로 표기했고 나이는 37살로 기재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이 유시춘 EBS교육방송 이사장과 유시민 고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친인척 관계라는 사실을 알기는 쉽지 않았다.  

신 감독은 각종 포털 프로필 소개란에도 가족관계가 기재되지 않고 있다. 

류시민 이사장의 조카가 마약 혐의로 구속됐다는 사실은 20일에서야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정확히 세계일보 보도 이후 8개월 만이다. 

MBC 기자 출신의 김세의 씨가 운영 중인 유투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처음 실명과 가족관계가 공개된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르내리는 유시민 이사장의 조카가 마약으로 구속됐다는 사실이 실명으로 공개된 것.

20일 한 보수성향의 유투브 방송에서 유시춘 사장의 아들이자 유시민 이사장의 조카가 마약과 관련 법정구속됐다며 언론들이 다루지 않았다고 방송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신 감독의 구속사실이 알려지는 상황이다.

신 감독을 구속한 당시 항소심 판사는 차문호 형사2부 부장판사로 현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을 맡고 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는 지난해 7월 2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신 감독(37)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약류인 대마를 밀수입하는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사회적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신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정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양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신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재판부는 다만 “신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수입된 대마의 양이 비교적 소량인 점, 전량 압수돼 실제로 유통되거나 대마 흡입에 사용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해(2017년) 10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해외 체류자와 함께 대마 9.99g을 스페인발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하기로 공모했다.

신씨는 우편물 배송지로 자신의 소속사 주소를 적었다. 수취인 이름은 본명 대신 별명을 기재해 자신이 특정되지 않도록 했다. 해당 우편물은 그해 11월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밀반입됐다.

검찰은 첩보를 입수하고 우편물을 확보한 뒤 택배 직원으로 가장해 신씨 소속사 대표에게 전달했다.
이어 수취인란에 적힌 별명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수사를 벌인 끝에 수취인이 신감독임을 확인하고 체포했다.

1심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신씨 작업실에서 일반적으로 대마 흡연에 사용되는 도구가 발견된 점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신씨의 혐의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2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신 감독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돼 실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와 관련 류시춘 교육방송과 임명한 방송통신위원회도 비난이 쇄도할 전망이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아들이 마약에 연루된 사실을 숨긴 채 현재까지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 김무성 의원과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사위와 아들이 마약에 연루되자 귿바로 입장을 발표하고 사과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애초부터 EBS교육방송 수장으로 자격논란이 불거질 수 있었던 문제였지만 이를 은닉하면서 자리를 유지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EBS교육방송 홍보팀 관계자 박모 씨는 "우리도 소식을 접하고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의 입장이나 거취 관련 표명이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 이 관계자는 "유 사장의 출근 여부도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유 이사장을 임명한 방송통신위원회도 부실 인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시춘 이사장은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의 ‘꽃할배 유세단’ 소속으로 지원유세를 한 이력으로 임명 과정에서 ‘낙하산’ '보은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유시춘 EBS 이사장은 임명에 결격 사유가 있는 이사장”이라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실인사의 실무적 책임이 있는 방통위는 당시 이사 공모에 지원한 43명 중 결격 사유 해당 여부를 조사해 30명을 후보자로 선정했지만 유시춘 사장에 대해서는 문제없이 이사로 추천돼 지난해 9월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편 신 감독을 법정구속한 담당 재판부는 차문호 당시 서울고법 형사2부 부장판사로 현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항소한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