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당시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2심 재판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4년이 구형됐다.

18일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공무원들이 직권을 남용해 국가 작용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일"이라며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징역 6년, 박준우 전 정무수석은 징역 2년, 혐의가 여러 개인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총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김재원 전 정무수석, 허현준 전 행정관 등은 1심과 같은 구형량을 유지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 범행은 정부 비판 세력을 방해하는 단체를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해 이뤄진 일"이라며 "민간 협조 요청을 넘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억압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반적 직무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최후 진술에서 "1심에서 제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개인이나 단체를 종북 좌파로 규정했다고 했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며 "매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는 이 점을 철저히 바로 잡아주시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촉구하고 "어떻든 비서실장 재임 중에 일처리를 반듯하게 잘 하지 못해서 매우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아무쪼록 늙고 병든 저에게 관용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바란다"고 간청했다.

조 전 수석은 "정무수석 때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을 공식 행사 자리에서 십수 차례 만났지만, 이 건으로 한 번도 무슨 부탁을 하거나 언급한 기억이 없다"며 "항상 조심하며 일해 왔다"고 잘못없음을 강변했다.

이들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 기업들을 통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윤선, 현기환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4500만원, 5500만원 씩 받은 혐의도 있다.

조 전 수석은 최후 진술에서 "이병기 (국정)원장에게서 감사한 마음만 받고 매몰차게 돌려보내지 못한 게 참으로 후회된다"고 울먹였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건 비서실장의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며 직권남용죄는 무죄로 보고 강요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조윤선 전 수석을 비롯해 박준우 전 수석,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기환 전 수석은 징역 3년, 김재원 전 수석은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선고는 4월 12일 오후 3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