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57)의 반동적 언행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황교안 당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새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과 보수층 결집 효과로 당 지지율이 크게 회복되는 것과 때를 같이해 반동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 '수석 대변인' 발언은 시작에 불과, 반민특위 때문에 분열 망언 =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을 ‘헌정농단’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한 말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고까지 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에 나온 기사(2018.9.26)를 인용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질러대며 홍영표는 단상까지 올라가 나경원 대표 발언을 막고 민주주의 본령(문희상 국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도 큰 문제지만 나 원내대표가 한 인용 발언은 보수층 결집을 위해 계산된 것이란 지적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리멸렬했던 자유한국당은 당 지지도가 꾸준히 상승해 30%에 도달했다.

특히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나 원내대표 발언 이후 지지율이 지난주 2% 상승해 32.4%까지 상승했다.

'국가원수모독죄'란 죄명도 없는 용어를 꺼내가며 윤리위 제소를 한 민주당의 압박강화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14일엔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고 말했다. 친일파 인물룰 가려내기 위한 서훈명단 전수조사 방침을 비판하는 발언 도중 나온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보훈처가 지금 과거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독립유공 서훈자 대상으로 전수조사 하겠다고 한다"며 "그래서 사회주의 활동 경력자 298명에 대해서는 재심사를 통해서 서훈 대상자를 가려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친일 행위를 하고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는 가려내겠다고 한다. 물론 가짜 유공자는 가려내야 된다"면서도 "그런데 본인들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는 친일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앞으로 이 정부의 역사공정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기우이지만 야당 원내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면서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주실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 역사 인식 부재, 국민 정체성 논란 = 해방 후 친일행위자를 단죄하고 역사와 민족성을 곧추 세우고자 하는 민족의 열망으로 출범한 반민특위와 친일파 이승만의 반민특위 해산으로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채 이어져온 역사에 대한 무지 내지 역사인식 부재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으로 나 원내대표의 국적 및 국민 정체성 마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나 원내대표는 그렇치 않아도 일본 자위대 창설을 축하하는 기념식에 참석했던 전력이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04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나 의원은 "당시 초선의원이라서 행사 내용을 모른 채 갔다"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이 해명이 거짓이라며 반박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초선은 물론 다선의 여야 정치인들 중에서도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나 원내대표가 몰랐다고 했지만 시민단체들이 행사일 전부터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반대 입자장을 밝혔고 당일에도 행사장 밖에서 시민단체의 자위대 50주년 행사 반대시위를 하고 있었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다녀온 뒤 그곳에서 만난 수구반동 성향의 미 의회 정치인의 발언을 귀국 후 소개한데 이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다시 거론했다. 

미 의회 의원의 한마디에 절대 선으로 가치를 두고 최고의 협상을 깼다는 하노이 조미수뇌회담 합의무산을 반기기라도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는 민족의 화합과 번영을 추구하는 배달민족의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친일파 친미파를 넘어 아베 총리의 수석 대변인 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반민특위가 불편하냐”라며 “그렇다면 나경원 대표가 대변하려는 국민은 친일 기득권 세력이냐”고 글을 남겼다.

같은 당의 윤호중 사무총장은 15일 대전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나 원내대표는 반민특위를 야밤에 습격해 강제로 해산시킨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위가 잘됐다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이런 망언이 계속되고 있기에 한국당이 극우 반민족당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