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시가 5일 오후 시 청사에서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사업에 대한 경과보고와 향후 사업방향 의견 수렴을 위해 실시한 공청회가 공정성 논란을 겪고 있다.

5일 오후 3시부터 토크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열린 의견 수렴 행사는 그동안의 경과와 협약서(DA)에 대한 시 의회 특별조사 보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구리도시공사의 경과 보고에 이어 박석윤 구리시의회 의장이 특별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설명회는 10년 여 동안 지지부진한 사업에 대한 심도깊은 진단보다는 사업을 추진했던 주체들의 발표회장으로 변질돼 시민단체에서는 사업 실패 책임자의 변명의 장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견 수렴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접수한 질문에 대해 사회자가 질문하고 전.현직 사업진행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안승남 시장은 GWDC의 협약 종료시한인 5월30일 계약연장을 하지 않고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박석윤 시의회 의장도 집행부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구리시와 구리도시공사 공동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는 토론회 형식이 아닌 연단위 출연 패널이 일방적으로 방청객을 상대로 설명하는 형식이 됐다.

안승남 시장은 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방청객 마이크는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청객들에게 질문기회를 주지 않은 채 질의가 나오는 것을 원천 봉쇄한 셈이다.

토크콘서트는 김형주 전 국회의원(더민주당)이 사회로 박영순 전 구리시장, 최경수 GWDC 전략심의위원, 정성문 시장 정책보좌관이 시민들이 메일로 보낸 질문에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현장 질의를 원천봉쇄한 채 사전에 질의를 알고 책임추궁을 받아온 사업 추진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모범답안을 만들어 시민에게 일방적인 발표를 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날 안승남 구리시장은 오는 5월 중 DA협약이 만료되는 바 한달 전인 4월 말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협약이 1년씩 자동 연장되는데 구리시는 DA를 5월 종료되는 즉시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리시가 GWDC를 포기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시민단체가 제기해온 GWDC는 사기라는 비판이 오랜기간 지속됐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을 갑자기 협약 연장을 포기한 것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단체 일각에선 안 시장이 GWDC 협약 종료 방침을 밝힌 것은 당사자가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 시장이 선거법으로 기소된 핵심사안이 GWDC 추진을 위해 경기도와 연정사업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홍보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날 경우 벌금을 낮출 수 있는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GWDC 사업이 협약 당사자가 이미 해체된 상황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달고가기 보다는 내용은 별다를 것 없지만 이름만 바꿔 새로운 것처럼 보이도록 해 시민들을 현혹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연극무대에서 연극 배우가 무대 뒤에서 의상만 갈아입고 나와 다른 역할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GWDC의 전과정을 잘 아는 모 인사는 "안 시장의 발표는 두가지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구리시청 앞에서는 GWDC 토크쇼 저지, 밀알교회 납골당 설치 저지, 소각장 설치 저지, 지하철 8호선 노선 일부변경 투쟁 등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이 공동 집회를 개최했다.

구리월드 실체규명 범시민 대책위원회(공동 대표. 김상철)가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사회자로 나선 김명수 전 시의원은 "GWDC 토크쇼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케하는 박영순 전 시장 구하기"라며 "끼리끼리 모여 이미 짜인 각본으로 시민들을 속이려는 생쑈"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단에 선 범공위 김상철 대표도 "현장 질의 답변이 배제되고 이메일로 접수된 질의에 따른 답변이 과연 올바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가"라며 "단지 코앞에 닥친 위기를 넘기기 위해 사기성 퍼포먼스로 시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토크콘서트장으로 이동해 방청석 자리를 대부분 채웠다. 주최 측과 충돌도 우려됐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시위 참가자들은 플래카드만 들어 의사표시를 했다.

범공위 김상철 대표는 "예상했던 대로 10여 년 전 진행됐던 GWDC 사업설명회의 재판에 불과한 어설픈 변명회"라며 "그럴싸한 장밋빛 환상에 또 한 번 구리시민이 속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시는 이날 설명회를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생중걔한다고 행사 시작 전 공지했다. 그러나 유투브 실시간 생중계는 시청자가 30-40 명에 불과해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