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2016~2017년 발효된 5가지다. 대부분 북한의 수출금지와 원유 수입 등 민수 분야로 인민생활과 직결된 것들이다.

북측의 제재 해제 요구가 최소한의 인민경제와 관련된 만큼 제재해제가 절실한 요구사항인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선 비핵화 조치를 내건채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싱가포르 합의 보다 더 강경해지면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비핵화 이행'을 둘러싼 간극이 적지 않음이 확인되면서 중재자로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지에 시선이 쏠린다. 

유엔은 2006년 7월 유엔결의안 '1695호'를 시작으로 2017년 12월까지 총 11차례 대북 제재를 결의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은 대량살상무기(WMD) 물품 관련 수입.금지같은 한정적 제재에 한정됐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조선의 군사활동과 유엔의 제재는 이전과 차원이 크게 달라졌다.  

조선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선군정치와 핵경제병진노선 아래 2016년부터는 '핵시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며 국방력을 한차원 끌어올렸다.

유엔은 이에 대해 유엔결의 위반이라며 정치,군사적 제재를 넘어 경제 분야로 집중하며 최대의 압박을 가했다. 이전과는 다른 광물과 석탄 수출금지, 원유 수입 등 경제활동 옥죄기로 나섰다.

유엔 결의안 2270호(2016년 3월)는 조선의 ▲석탄과 ▲철 ▲철광석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북미간에 '비핵화 범위'에 대해 견해도 큰 차이가 확인되면서 비핵화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이 바라는 비핵화 수준은 북측이 현 여건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고수준인 영변핵시설 폐기를 넘어 실전 배비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한꺼번에 폐기, 미국에 넘기는 빅딜을 바라고 있다. 북조선으로서는 체제 안전 보장이 확약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적 요구다.

◇문 대통령 중재 의지, 중재 역할은 미지수 北 문 역할 기대 크지 않아= 하노이 제2차 조미수뇌 회담이 결렬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에 입각해 중재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핵화 요구수준과 제재 요구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큰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최선희 부상은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이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며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인식을 보였다.

최 부상은 하노이 회담 당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남측이 현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글쎄 (남측) 역할이 어느 정돈지 모르겠지만 그거는 미국의 역할에 따라 달라지고 안 달라지고"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지 그간의 문 대통령이 중간자 역할을 한 과정과 이번 회담 결과를 종합할 때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설명을 불충분히 해서 (회담이) 잘 안 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최종적인 미국의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우리도 입장을 더 고민해보고 (향후) 수뇌회담을 다시 생각해 봐야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이 미국의 속생각을 본 만큼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식의 회담을 앞으로 계속 해야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마저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 미국의 비핵화 요구 수준이 남측의 예상을 넘는 수준임이 드러났고 북측도 핵의 심장부인 영변까지 포기하는 최선의 결단을 내놓은 상태여서 더이상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속내를 파악하면서 이러한 대화를 계속해야 하는 지 심각한 의문과 회의감이 드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단순 대화촉구와 전달자 역할이 아닌 미국에 대해 적극적인 설득과 촉구로 제재 해제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중재자 역할은 구두선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북 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면 이전과 같이 말로만 '대화하라'고 해서는 백날 해봐야 효과가 없다"며 "유엔 결의 자체가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미국 측에 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