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힘으로 함흥 철수 때 피란민 철수로 유명한 김백일 장군의 친일 행적 단죄비가 세워졌다. 

경남지역 시민단체들은 3.1절을 맞아 1일 만주군 장교로 근무하며 항일독립군 토벌에 참여한 김백일 장군 동상 옆에 친일행적 단죄비를 세우는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38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친일(親日)김백일동상철거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에 있는 김백일 장군 동상 바로 옆에서 '김백일 친일행적 단죄비' 건립 기념식을 개최하고 단죄비를 설립했다.

범시민대책위에 따르면 단죄비는 높이 3ｍ로 스테인리스 재질에 페인트를 칠했다. 비 표면에는 단죄비 건립 취지문, 참여 시민사회단체 명단, 김백일 장군 친일행적 등이 기록됐다.

범시민대책위는 단죄비 취지문에서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됐지만, 여전히 친일행위자들을 단죄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고자 거제시민들이 힘을 모아 단죄비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범시민대책위는 단죄비 건립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힘을 모아 김백일 동상을 반드시 철거하겠다는의지도 밝혔다.

김백일 장군 동상은 사단법인 흥남철수기념사업회가 김백일 장군이 흥남철수 작전 때 피란민 10만명을 미군과 함께 군함에 태워 거제로 탈출시킨 것을 기리기 위해 2011년 5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장군은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의 괴뢰국가로 알려진 만주군 소위 출신으로 항일독립군을 토벌하는 부대인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념동상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범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독립운동가를 체포, 구금하고 탄압한 반민족 행적을 가리운 채 전쟁 당시 공적만 기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시 당국이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있어 시민의 힘으로 독립운동 탄압에 앞장 선 김백일 장군에 대한 악행을 단죄하고자 비를 세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