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조미수뇌회담 합의가 무산된 가운데 수뇌회담 배석자 사이에 격렬한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등 회담 분위기가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분위기는 미국 측이 북측에 일부 민수관련 생산, 연구시설까지 비핵화 조치 대상에 포함시켜 폐쇄를 무리하게 요구했고 북측이 이에 강력 항의하면서 회담 분위기가 격렬하게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한 북측과 달리 폼페이오 방북 시 김영철 부위원장이 선의로 보여준 일부 시설까지 비핵화 범위에 포함시켜 과도한 요구를 내놓으면서 회담은 합의가 무산된 채 회담이 종료됐다. 

미국 측이 밝힌 북측이 전면적인 제재해재를 요구해 합의가 무산됐다는 발표와는 큰 차이다.   

1일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양국 확대수뇌회담에서 조선에 민간 주요 생산시설과 김책공대 내 첨단과학연구시설까지 거론하고 폐쇄를 요구하면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볼턴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회담분위기가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예정시간을 넘기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회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정은 위원장은 '더이상 대화가 무의미하다'며 자리를 일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안하다는 유감표시로 더이상의 회담 분위기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측이 선의로 폼페이오에 보여줬던 민수용품 생산시설과 경제과학 발전을 위해 건설된 민수시설에 대해서까지 핵시설로 분류해 비핵화 범주로 거론했고 북측은 영변 외 핵시설은 없다고 반박하자 볼턴이 자료를 들고와 이건(민수시설) 뭐냐고 물으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에게 내가 선의로 당신에게 보여준 것을 이렇게 악용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폼페이오는 아니다고 했지만 김 부위원장의 항의는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 측이 비핵화 조치 대상을 영변 핵시설외 추가로 꺼내들고 나오자 북측으로서는 수용불가로 맞서면서 합의무산에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28일) 기자회견에서도 영변 핵 시설 외에도 다른 큰 핵시설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다들 모르지만 우리가 발견한 다른 것들도 있다"면서 "우리는 여러 지역을 언급했고, 북은 이에 대해 놀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김책공대 연구시설 폐지를 요구하는 황당한 요구에 김 위원장이 어이없어했던 것을 트럼프가 영변핵시설 외에 추가적인 핵시설을 발견한 것처럼 얘기하자 들켜서 놀란것처럼 해석한 것과 크게 다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국무위원장 동지가 미국식 거래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범위에 영변 핵시설 외에도 1곳을 더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1곳을 더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1곳이 김책공대 내 연구시설을 가리킨다고 대북전문가는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현재 영변 외에도 최소 1곳 이상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 언론들이 제 3의 장소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게다가 폼페이오는 한 술 더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시설이나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 있었기 때문에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부위원장은 확대수뇌회담에서 "내가 선의로 당신(폼페이오)에게 몇몇 시설을 보여줬는데 이렇게 악용하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북 당시 김영철 통전부장은 김책공대 첨단과학연구시설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책공대 연구능력은 나노섬유를 80년대에 개발했을 만큼 기술력과 연구능력이 세계최고수준으로 인민생활과 경제발전을 위해 과학연구의 자랑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시설을 비핵화 조치 범주에 포함시켜 김 위원장에게 수용할 수 없게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지 못하는 것보단 합의에 서명하지 않는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속도조절론'을 수차례 반복한 것도 이런 것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의 제제 해제 요구에 대해 "영변핵시설 영구폐쇄를 고리로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했고 우리는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의 발표는 전혀 다르다.

리용호 외무상은 "1차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신뢰를 쌓은 위에서 이번 회담에선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1차 조미 수뇌 상봉 회담 공동 인식으로 이룩된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민생과 관련된 제재 일부를 해제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측이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미국의 핵 박사, 해커 박사가 영변 핵시설 농축 우라늄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 공장까지도, 거대한 농축 우라늄 공장 포함한 모든 핵시설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할 데 대한 제안 내놨지만 미국 측의 대답이 호응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리 외무상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 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이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고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핵화 범위에 대해 편차가 큰 것을 확인한 만큼 비핵화 협상 자체도 공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물밑협상에서 제시했던 것과 다른 (민수용 시설 폐기를 포함한) 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김 위원장이 회담에 앞서 고민이 있었다고 한대로 향후 회담을 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해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