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발표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은 한국정부가 공격주체로 지목했던 북한 표기가 빠진 채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을 추진했던 정부의 목표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공격주체로 북한을 넣으려 했다가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된 조사결과로 국제사회의 대표기구인 유엔 안보리는 북한을 공격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보여준 셈이어서 정부가 무리하게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는 주장을 국제화 하려다 망신살을 당했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의장 성명은 '알수 없는 정체불명의 공격행위에 대해 개탄한다'는 차원에서 정리됐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결과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목표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유엔안보리에 제출하며 천안함 문제를 지난달 4일 회부했다. 회부할때까지만도 한국정부는 자신만만했지만 북한 역시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엔에도 적극 설명했다.

한국정부는 곳곳에서 의문점을 드러내 이를 해명하는데 급급하며 합조단 조사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떨어뜨리며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방한했던 러시아조사단은 한국정부가 밝힌 어뢰공격이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안보리 논의에서 '어뢰설'에 무게를 뒀던 한국과 미국 일본의 주장에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사건 초기부터 북한과의 혈맹관계 고려에다 국방부 주도의 국제조사단의 조사결과에 큰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한국정부의 발표와 러시아조사단의 조사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처음부터 예견된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객관성 부여를 위해 국제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구성단계에서 미국과 호주 등 친서방국가 중심으로 꾸렸고 북한과 특수관계인 중국은 물론 러시아마저 배제했다.
 
더구나 국제합동조사단에 참여한 외국인들의 신분이 누구인 지 철저한 보안과 베일에 쌓이면서 일각에서는 한국에 무기를 수출해야하는 군수물자업체 관련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군사기술을 둘러싼 서방국가와 중국, 러시아간 대치 상황이란 현실에서 친서방국가들만 참여시킨 국방부 합조단의 조사 진행은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지녔고 조사결과를 중국과 러시아에 설명하고 믿고 따라주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러시아가 직접 자국조사단을 파견한 것은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 결국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은 한국정부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내에서는 조사과정과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형사처벌로 다양한 토론억제가 가능했지만 유엔이란 공론의 장에서는 이런 단속이 불가능했다. 국제사회가 국방부 합조단의 수차례 번복되고 수정 보완되는 조사결과를 정확한 조사결과로 인정받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한편 러시아정부는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 한국정부가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1번 어뢰는 천안함 침몰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조사단을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견해 국방부 조사결과 및 정부가 제시한 관련 증거물 검사와 사고현장 등을 방문 조사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버블제트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발표한 한국·미국 정부 등과 다른 견해를 내놓음에 따라 침몰의 진실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겨레는 9일자 신문에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는 보고서에서 '1번 어뢰'의 페인트와 부식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어뢰가 물속에 있던 기간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따라 '1번 어뢰'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조사단은 천안함의 스크루가 휘는 등 손상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천안함이 함수와 함미로 분리되기 이전에 다른 원인으로 스크루가 먼저 훼손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선체가 좌초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밖에도, 러시아 조사단은 합조단이 제시한 천안함 폭발 시점보다 더 이른 시각에 천안함이 조난 신호를 보낸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초 사고시각과 관련 논란마저 재연될 전망이다.

더구나 국방부가 조사결과 발표에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스크루가 휜 원인에 대해서도 어뢰공격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아 재조사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와관련 한겨레는 "전직 해군 장교들은 '경험에 비춰볼 때 스크루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뻘에 닿으면 천안함과 비슷하게 휘어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은 6월29일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어뢰 추진체의 부식상태는 재질과 부위별로 최고 6배가량 부식 두께 차이가 심해 부식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이 어렵다"며 "다만, 금속재질 전문가가 눈으로 식별한 결과 어뢰와 선체의 부식 정도가 1~2개월 경과해 비슷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미트리 메드메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이런 자체조사 결과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로 알려줬으며, 러시아 정부는 미국 정부에도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조사결과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 규탄'이라는 문구 삽입 여부 등을 두고 한달 넘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논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외교적 파장 등을 고려해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자체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는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한국정부는 상당히 당혹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