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124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재벌개혁이란 미명 아래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에 대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원칙)를 통해 경영권 개입 본격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러한 행보는 차분한 준비도 없이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국민연금의 투자가 만약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뀌게 되면 10%이상(12월말 현재10.57%) 지분에 대해서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회사에 반납해야 하며 이후 1%라도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하니 현 국민연금의 능력으로는 자칫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시중 여론이 조씨 일가에 대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라 쳐도 거대기업에 대한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정무적 판단의 경솔한 행동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 5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일가 지분은 다른 재벌그룹에 비해 상당히 높다. 그만큼 경영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물의를 빚어 여론이 나쁘긴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써 국내외적인 소비자들로부터 여전히 충성도가 높다. 

재벌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는 점에는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개혁은 하루아침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불법과 탈법적인 세습경영은 중단되어야 하지만 알다시피 재벌 경영의 문제가 우리나라만 있는 건 아니다. 

세계적인 유수의 기업들도 우리와 비슷한 대물림 경영이 이뤄지고 있고 그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기업 집단이 경영참여를 한다면 과연 누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경영에 나설 것인지도 의문이 간다. 마치 공기업 사장 인선 하듯 정치권에 줄 댄 무능한 자들의 낙하산 인사가 뻔할 텐데 이는 자칫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는 사태로까지 번지지 않을 것이라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엄중하고 신중한 판단을 요구한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자는 주장은 재벌 경영의 장점인 기업에 대한 높은 충성도와 일사분란하고 일관된 정책 집행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은 강점을 도외시한 판단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부가 국민의 돈을 견제와 통제의 수단으로만 사용할 경우 공기업처럼 낙하산 인사나 친정부성향 인사가 낙점될게 명약관화하다. 

대우조선해양 등 과거 공적자금이 투입된 공기업화된 대기업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목도했다.
조직의 이완과 공기업처럼 낙하산 인사로 경영효율을 떨어뜨려 경영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주가가 하락하면 결국은 국민의 주머니를 축내게 될 수 있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듯 국민연금은 삼성그룹 경영승계 지원 등으로 상실된 거액의 손실 보전은 물론 그동안 방만한 기금운용 투자에서 까먹은 재정을 보충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이 극복되는 창업자와 국민연금 간의 조화로운 대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흥 선진국임을 간과하지 말고 선진국다운 정부와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거대 기업 간의 상생 정책이 친 사회적으로 펼쳐지기 바란다.

<안중원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