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벌여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40여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모두 헌법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실무선에서 한 일이며 자신은 보고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만나 징용소송 재판계획을 논의한 점,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한 점 등을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각종 의혹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통합진보당 전 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에 대해서도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물증이나 후배 판사들 진술과 어긋나는데도 구속하지 않는다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구속수사 필요성을 들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2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청사에 처음 출두할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갔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재청구 영장에 지인 형사재판 관련 혐의가 새로 추가됐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무단 접속해 고교 후배인 사업가 이모(61)씨의 탈세 혐의 재판 진행상황을 알아본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를 기재했다. 2017년 3월 법원을 퇴직한 임종헌(60ㆍ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씨의 투자자문업체 T사 고문으로 취업을 알선한 알선한 정황도 확인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박 전 대법관은 같은 법원 319호 법정에서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각각 심문을 받고 있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심문이 끝나면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대기하며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