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구 갑)과 전병헌 전 의원이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구속 중)에게 재판 청탁을 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다수 확인하고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안 입법 등 현안 해결에 도움을 받고자 국회의원들의 민원을 적극 들어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서영교 의원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당 차원에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임종헌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지난해 11월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사건에 병합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서 의원의 재판 민원은 검찰 공소장에 나와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개입 혐의 추가내용>

서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된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선거 때 연락소장 역할을 하며 도와준 지인의 아들을 선처해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임 전 차장은 파견 법관의 보고를 받고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어떻게 청탁했나? 의원실서 직접 청탁 = 청탁은 서 의원의 의원실에서 서 의원이 직접 요청했다. 서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모 부장판사를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자신의 선거를 도와줬던 지인의 아들 이모 씨를 선처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씨는 총선 때 연락사무소장 등으로 일한 지인의 아들로 2014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여성 피해자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추행하려 한 혐의(강제추행미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서 의원은 "강제추행미수는 인정되지 않는 것 아니냐. 벌금형으로 해달라"며 죄명과 양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서 의원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이기 때문으로 가능했다는 관측이다. 서 의원은 국회 법사위 소속 위원으로 사법부(법원)와 검찰을 소관 기관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 이씨의 재판에서는 이씨가 피해자 앞 1ｍ까지 접근해 양팔을 벌리며 껴안으려 한 행위를 강제추행미수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행미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바지를 내려 신체부위를 노출한 행위만 따져 공연음란죄가 성립된다.
 
강제추행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고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씨는 공연음란죄로 처벌된 전력이 있는 상황이었고 범행 당시 운전을 하다가 발견한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등 죄질이 나빠 징역형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민원을 곧바로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고 민원은 임종헌 전 차장과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을 거쳐 박모 판사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시켜 박 판사가 속한 재정합의부 부장에게도 청탁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박 판사는 이씨의 죄명을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징역형 대신 비교적 가벼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행이 미수에 그쳤고 이씨가 노출증을 앓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전병헌 전 의원도 정치자금법 구속된 보좌관 겸 손아랫동서 조기 석방 청탁 = 전병헌 전 의원도 2015년 4~5월 자신의 보좌관을 조기에 석방을 요청하는 민원을 전했다. 임종헌 전 차장은 전 전 의원으로부터 보좌관이자 손아래동서인 임 모씨의 형사재판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임씨를 조기에 석방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동작구청장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후보자 부인으로부터 2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14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였다.

법원행정처는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5월 임씨의 미결구금 일수를 계산해 '형량을 8개월로 줄여야 보석 결정을 내리더라도 잔여 형기를 복역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문건대로 임씨를 보석으로 석방한 뒤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