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번째 친서를 보내 서울 답방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도 남북 간 '불가역적 평화 관계'의 확인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의 답방 의지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오후 친서를 보내 연내 답방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고 서울 답방에 대해 강한 의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A4 용지 2장 분량으로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차 방남한 김여정 부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전달했다.

이번 친서는 남북 간 구축된 소통창구를 통해 인편(人便)으로 전달됐으며 판문점에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연내 서울 답방 무산과 관련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한 해에 세 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사이의 오랜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다고 호평했다.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북측의 연내 답방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동안 답답해하던 청와대는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연내 답방 연기가 궁금했던 우리 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며 "우리 민족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더는 돌려세울 수 없는 화해와 신뢰의 관계가 되었음을 전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도 자주 만나 평화 번영을 위한 실천적 문제와 비핵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는 김 위원장의 뜻이 매우 반갑다"며 "남북과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의지도 다시 한 번 천명해주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진심을 가지고 서로 만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오랜 시간이 걸려 여기까지 왔고, 한 해 동안 많은 변화를 이뤘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서로의 마음도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조만간 김 위원장에 답장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친서 전달을 위한 대북특사 방문 등의 계획 여부에 대해 청와대는 "아직 그 단계까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서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친서를 본 사람은 문 대통령 외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 전달을 위해 북측 인사가 청와대를 찾았는 지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청와대 측은 "아니다"고 밝혔다.

남북간 채널이 복수의 채널이 개설, 가동되고 있는 만큼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판문점 등을 통해 친서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 간 친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상 결례"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말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친서는 국내 일각에서 연내답방을 약속대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보수 진영에서 이뤄진 것도 없이 오기만 하면 뭐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답방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남측의 수구반동의 방남 반대 분위기와 김 위원장 체포 주장까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남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남측은 연내 답방 이행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국가보안법 폐지와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금강산관광 재개 거부, 대북제재 고수, 유엔 대북인권 결의안 개입 등 김 위원장을 맞을 실질적인 준비는 하지 않고 말 뿐인 환영만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남측의 이런 상황이 김 위원장의 연내답방이 무산된 이유라는 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관계 발전을 향한 실천적 노력과 진의가 답방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남측의 손님을 맞는 태도다. 남측이 실질적인 제도적 뒷바침을 빼놓은 채 기다리는 것은 염치없이 정치적 행사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본적인 제도적 이행과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단절해야만 가능할 것이란 게 대북전문가의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한 상황을 보아가면서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