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계정을 만들어 전산을 조작해 15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얻은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임직원들이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김형록)는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의 최대주주이자 전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인 송모(39)씨와 재무이사 남모(42)씨, 퀀트팀장 김모(31)씨등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송씨 등 3명은 지난해 9월~11월 업비트에 가짜 회원 계정을 만들고, 이 계정에 1221억원 상당의 가상화폐와 원화 등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가짜 가상화폐 잔고가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35종의 가상화폐 거래에 일반 회원인 것처럼 거래에 참여했다.

이들은 3달 동안 가짜 가상화폐 잔고로 실제 회원들과 거래한 1조 881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 등은 이 계정을 이용해 체결 가능성이 낮은 가격대에서 254조5383억원에 상당하는 허수 주문을 제출하고, 가장매매를 4조2670억원 상당 실행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이 기간 업비트는 가상화폐 거래량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또 운영진은 비트코인의 시세를 경쟁 가상화폐거래소보다 높게 유지하기 위해 주문을 자동 생성하는 봇(Bot) 프로그램도 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1만1550개를 회원 2만6000여명에게 매도해 매도해 대금 1491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2017년 11월5일 비트코인 총 거래량 993개 중 33%(330개)가 가장매매였다.

실제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상화폐를 허위로 입력해 거래를 했지만 다행히 고객이 가상화폐를 현금화했을 때 인출이 불가능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던 때였고, 업비트도 수수료로 대규모 수익을 내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다른 가상화폐거래소를 수사하던 중 업비트에서 벌어진 범죄 사실을 인지하면서 적발됐다.

압수품인 김씨 노트북에서 "고객을 꼬시(꾀)기 위한 주문" "시장 매력도를 올려주는 핵심 요소" 등이 기록된 문서를 발견했다.
이에 대해 김씨 등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기록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회원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거래소로서 정상 운영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송씨 등 3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나무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은 약 1년 전 거래소 오픈 초기에 발생한 일부 거래에 관한 것으로, 현재의 업비트 거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