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상호검증에서 북측이 우리 측 GP검증 당시 잔해를 치우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예산에 내년 예산에 반영돼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GP 상호검증에서 남북간에 진정성의 정도와 이벤트성이 엇갈린 장면이 발생한 것이다.

14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12일 실시된 남북 상호 방문 검증 당시 인민군 병사는 우리 측 병사에게 "잔해를 왜 치우지 않았습네까"라고 질문했다.

GP파괴, 철수에서 파괴된 잔해를 치우지 않고 상호검증 준비를 마치고 교차 방문하도록 한 남측에 대해 의아해 한 것이다.

국민일보는 "남측 GP 인근에 쌓여 있는 잔해더미를 보고 의아하게 여긴 것이다"며 북측 GP 10개는 파괴 후 잔해를 깨끗이 치운 상태인데 남측 GP의 잔해는 왜 그대로 남아 있느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예산이 없어서,, 내년 국방예산에 반영돼 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당일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던 때였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가 13일 "북측 검증반 질문에 우리 군은 '내년도 국방예산에 반영돼 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고 했다.

올해 예산에 잔해를 치우는 것까지 반영돼 있지 않아 내년에 치우겠다는 설명을 했다는 것이다.
북측은 이런 답변에 추가로 문제 제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북측이 이 대답을 듣고 어떻게 생각했을 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 대목이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달 20일 폭약으로 한꺼번에 폭파하는 방식으로 GP를 파괴했기 때문에 잔해가 별로 남지 않았다. 우리 군은 GP 대부분을 굴착기로 부순 뒤 잔해를 긁어내 그 주변에 모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남측의 GP 잔해가 남아 있는 이유는 비단 예산 문제 뿐만은 아니다. 아직 활용 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벤트성 기념물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 효과는 정부 출범 이후 내내 계속돼 왔고 남북관계 문제를 지지율 관리의 버팀목으로 삼아온 탓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GP 잔해를 활용해 기념 벽돌을 찍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를린장벽 잔해처럼 GP 구조물 일부를 별도 전시관에 보존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남북의 GP 철수 공동 검증은 돌발사고 없이 진행됐다. 우리 검증반은 북측 GP의 지하갱도가 모두 다시 활용될 수 없을 정도(불능화)로 매몰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군 관계자는 "남측 검증반은 여러 차례 예행연습과 교육 과정을 거쳤으며 북측 역시 검증을 위한 사전 준비가 잘 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번 검증 결과를 분석해 앞으로 나머지 GP 철수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에 따라 북측 GP를 모두 철수시킬 경우 북한군이 남침을 위해 집결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 북측 GP의 지하갱도, 즉 ‘공격출발 진지’를 DMZ 밖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군사분계선(MDL) 이남 2㎞ 지역에 일반전초(GOP) 경계망을 구축하고 있는 우리 군과 달리 북한은 GP 외의 최전방 경계시설을 갖추지 못해 모든 GP를 철수할 경우 수백 명의 병력이 후방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된다. 북측의 경계태세에 허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9.19 평양 정상합의에서 북측이 이벤트에 연연하지 않고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과 달리 우리 측은 이벤트 전시효과와 작은 것 하나까지 예산에 의존하는 우리 측과 대비된다.
해당 기사에 한 네티즌은 "공병부대 놔두고 왠 예산타령?"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