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의사를 사실상 수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로마 교황청(바티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예방을 받고 단독 면담했다.

교황은 면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면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방북 의사를 밝혔다.

유럽 순방 하일라이트 교황과 면담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교황궁 2층 서재에서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뒤쪽에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서 근무 중인 한현택 신부가 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은 유럽 순방의 하일라이트다.

이날 문 대통령은 유럽순방 두번째 국가로 이탈리아를 찾아 세번째 회담 일정으로 바티칸에서 교황과 낮 12시10분부터 12시48분까지 38분간 교황궁에서 배석자 없이 교황과 단독 만남을 가졌다.

게오르그 간스바인 교황청 궁내원장의 안내로 '작은 왕좌의 방'이라 불리는 '살라 델 트로넷토(Sala del Tronetto)'으로 들어가 교황을 알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등이 정부 수행원 자격으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몰타 기사단(Knights of Malta)' 회장 자격으로 함께 했다.

교황과 함께 간단한 기념촬영을 문 대통령은 단독면담을 위해 내부 서재로 이동했다. 면담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서 근무 중인 한현택 신부가 순차 통역으로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재로 들어서면서 이탈리아어로 "만나게 돼서 반갑다"고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만나뵙게돼서 반갑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주교시노드 기간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 드린다. 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하게 해 주셔서 배려에 감사드린다"고 교황의 조선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사의를 표했다.

면담에서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깊은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에서의 가톨릭 역할, 한·교황청 관계 발전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교황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하자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며 사실상 방북 초청을 수락했다.
 
문 대통령은 단독 면담 뒤 정부 수행원을 교황에인사시키고 준비해온 선물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예수님 얼굴상과 성모마리아상을 선물했다. 원로이자 한국교회조각의 현대화와 토착화에 큰 역할을 한 최종태 조각가의 작품이다. 

가시면류괸을 쓴 예수님 얼굴상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순간을 나타내고자 한국인의 얼굴을 종교적으로 승화시켰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