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은 우리가 잘하는 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같이 개발된 크리에이티브(창의성)한 제품은 소니, 닌텐도가 앞서가는 게 사실이다" 제작년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의 닌텐도 게임기를 언급하며 IT강국 한국은 크리에이티브한 개발이 없다며 질타한 내용이다.

같은 시기 '크리에이티브'해야 할 한 IT 노동자는 불법 야근과 초과근무로 인해 결국 폐의 일부를 잘라내 수술을 해야만 했다. 물론 IT 업계의 관행상, 야근 수당 같은 건 없었다.

나이스(NEIS) 성적 오류 사태를 계기로, 정보통신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실태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노동자들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이같은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T노동자들은 대가업이나 금융기관 등에 하청형태로 파견돼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발주처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납기단축만을 요구하고 있어 야근과 밤샘도 모자라 퇴근 후 집에까지 와서도 일을 하기 일쑤다. 

지난해 봄 '트위터 리트윗'을 통해 퍼진 IT노동자의 죽음 소식은 IT 노동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회사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유지보수를 위해 한 금융기관에 파견돼 일하던 한 직원이 누적된 과로로 인해 갑작스럽게 병을 얻었고 결국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그가 눈을 감기 전에 아내에게 "회사 사람들에게 건강 조심하라고 전해달라"는 한마디는 IT강국의 어두운 이면이다.  

IT강국이라고 하지만 IT산업은 3D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IT강국이라지만, 그 테두리안에있는 IT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스마트폰 등을 둘러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T개발자들의 업무는 오히려 더 가중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IT노동자들에게는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만 있다는 말이 퍼져있을 만큼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진보신당이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실시한 'IT 노동 실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1665명의 IT노동자는 연간 3000시간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1.7시간으로 연간으로 치면 3,000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OECD국가의 평균 노동시간(1760시간) 보다 무려 1232시간을 더 일하는 것이다. IT노동자 10명 중 8명이 만성피로와 근골격계에 시달리고 있다.

야근, 특근 수당이 법대로 지급되거나 대체 휴가가 주어지는 경우는 3%도 채 안된다. 대다수의 IT노동자는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76.8%) 편법적으로 지급받고(18.7%) 있다.

진보신당은 실태조사 직후 "살인적인 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이 우리 사회를 갉아 먹는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무리한 납기일과 요구, 비인간적인 대접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IT종사자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열악한 구조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기업과 노동자가 풀어야하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프로젝트 단가산정방식의 개선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며 현장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용자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조건 '빨리 빨리'를 외치고 애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사내 정치 등 전혀 상관없는 문제로 IT시스템의 구축 방향이 중구난방으로 변하는 작금의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개선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 과로사회 탈피가 국격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평균(연간 1,768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의 연간 2,316시간이다. 이미 과로사회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대통령이 크리에이티브를 언급했지만 불법야근과 과로 속에서 창조적인 활동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진보신당은 "이런 상황에서도 재계는 한국의 휴일이 너무 많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며 "또 지난 정부는 공휴일을 2일 축소했고, 현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더 부지런할 것을, 그러니까 2,316시간보다 더 많이 일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은 노동시간을 줄였을 때 그만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노동시간을 늘이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휴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현재 국회에는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전날이나 다음날을 공휴일로 하는 대체휴일제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다"며 "이 법안의 통과는 과로사회를 벗어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법정 공휴일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는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해 법정공휴일 유급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부터 주요 단체협약 사항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하고 있다. 연간 노동시간을 2,000시간으로 제한하고 추가 노동시간에 비례해 임금이 아닌 대체 휴일을 보장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자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자들이 실질 임금의 감소도 감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진보신당도 지난 총선에서 이와 유사한 ‘노동시간상한제’(일명 ‘칼퇴근법’)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