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다시 가서

동생이 사는 부천에 가서 지난 몇 년의 변화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2,720원 일당의 단순조립공이던 내가 승용차 타고 해고투쟁 그 작업장 앞을 지나갑니다. 임사부이던 아내 세 아이의 어멈이 되어있고 정신병동 드나들던 어머니 웃음이 벚꽃으로 피어납니다.

폐암으로 앓아 누웠던 아버지 흙이 되고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나의 삶은 얼마나 큰 바위가 되어 구르고 있는 지 아, 나의 삶은 봄나물처럼 싱싱하고 정갈한 것인지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 때 작업장을 떠나 서울로 가는 이삿짐  위에서 한 맹세는 지켜지고 있는 지 .....

동교동 지하 단칸방 베갯맡에서 들려오던 벗들의 원망에 젖은 목소리는 어찌 되었는 지 ....

나는 이제 부천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부천은 이제 어디에나 있고 이제  그 전날의 부천은 없습니다.

김영환 시집 <지난 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