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감옥에 갇혀서도 무너지 안핬어. 서울 구치소 소년수가 "형님은 나를 훔치려 했으니 우리보다  큰 도둑야"라고 말했고 교도관도 우릴 양심수다 확신범이다 했으니까.

그 후 홍성 교도소에서 추가가 떠서 서울로 재판을 받으러 올때 영등포역에서 전철에 올랐는데 사람들이 이쪽저쪽에서 혀를 찰때도 "노란 딱지 요시찰"에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부끄러웠지만 흔들리지 않았지.

그 후 전기기능공으로 뻰찌 차고 만원버스에 올라 곱게 차려입은 여대생이 스타킹 나간다며 짜증을 부릴때 온갖 생각 일어났었어.

이제는 뒤늦게 복학도 하고 의사가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언제나 부끄러워지는 것은 뻰찌 사쿠를 옆에 차고 버스에 올라 얼굴을 붉히던 그 고뇌의 산을 나는 훌훌 넘지 못한 것이라네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 김영환 시집 중 - "뻰찌차고 버스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