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이 대기업에 재취업 압력 의혹으로 김학현 공정위부위원장을 포함 간부들이 구속된 가운데 김학현 부위원장이 자신의 딸을 현대자동차그룹에 취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한겨레가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딸은 김 부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서류전형을 건너뛰고 면접시험도 탈락에 해당했지만 최고점수를 받으면서 최종 합격했다.

공정위는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고 김 전 부위원장은 뇌물혐의로 구속수감돼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 전 부위원장은 2016년 9월1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 안건희(61) 대표를 만났다.

당시 김 전 부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내 딸이 곧 영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는데 취직 때문에 걱정이다. 이노션이 좋은 회사라고 그러던데 이노션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채용을 부탁했다.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 일가 지분이 29.99%(2016년 기준)로 공정위로부터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로 지정돼 집중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김 전 부위원장이 일부러 현대차그룹에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노션 역시 공정위로부터의 우호적인 조치를 기대했던 상황이었다. 

2주일여 뒤인 2016년 9월19일 김 전 부위원장은 딸 김모 씨가 신입사원으로 ㈜이노션에 지원했다고 문자메시지를 안 대표에게 보냈다.

안 대표는 경영지원실장에게 “최종면접까지 볼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하고 이후 ㈜이노션은 김씨에 대한 서류전형 심사는 생략하고, 2차 실무 면접에서 김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2등 지원자’ ㄱ씨를 일부러 탈락시켰다.

최종 후보 2인이 된 김씨는 같은 해 11월10일 치러진 3차 임원면접에서도 '실제 1등'인 경쟁자 ㄴ씨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안 대표와 경영지원실장은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점수를 줬고, 김씨는 16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영전략 부문 최종합격자 1인으로 최종 합격했다.

애초부터 뽑힐 가능성이 없었던 지원자 166명이 1∼3차 시험을 치르는 헛고생을 하며 김씨를 위한 들러리를 김 전부위원장의 딸 들러리를 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전 공정거래위원장 3명(정재찬(62), 노대래(62), 김동수(63))과 신영선(57) 전 부위원장, 한철수(61) 전 사무처장 등 6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다.

김 전 부위원장은 승인없이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취업하고 대기업에 자녀 취업을 청탁해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