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9명, 중경상 6명 등 15명의 인명피해를 인천 남동공단 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세일전자 화재사고는 스프링쿨러 미작동으로 인한 인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화재원인 조사에 나선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현장인 4층에 소방대가 도착했을 당시 바닥에 물이 흥건해야 했지만 젖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발화지점인 공장 4층 천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만 화재 초기에 작동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 작동했다면 선착대가 화재 진압을 위해 공장 내부에 진입했을 때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스프링클러가 고장이 난 건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꺼 놓아서 작동을 안 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프링클러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미작동 원인과 상관없이 관리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부 유족은 스프링클러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족 B 씨는 “죽었을 때 봤는데 제가 만져 봤다. 머리도 하나도 안 젖어있고 옷도 하나도 안 젖어 있다. 이거 어떻게 설명할 건가?”라고 스프링쿨러 미작동 가능성에 대해 제기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방화시설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의 현장 도착은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신고 최초 접수 시각은 21일 오후 3시 44분, 출동 소방대 도착 시각은 3시 48분으로 신고 접수 후 현장도착까지 4분이 소요됐다.

초기 화재피해를 결정하며 불길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스프링쿨러의 작동률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대형화재 현장에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경우는 40%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올해 1월 소방청 자료를 인용, 2015∼2017년 재산피해가 50억원 이상이거나 인명피해가 10명 이상 난 대형화재는 23건으로 5건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었지만 정상작동한 곳은 2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세일전자 공장 천장에 시공된 단열재 우레탄폼도 유독가스를 대량 방출하며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화재 발화지점은 4층 인쇄회로기판 검사실과 식당 사이 천장인데, 천장 우레탄폼에 붙은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엄청난 유독가스를 뿜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4층에는 23명이 있었지만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시신으로 발견돼 비상구 탈출을 시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노동자 4명은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에 가득 차자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 이 중 50대 여성 2명은 숨지고 2명은 크게 다쳤다.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 부하 탈출을 유도하고 자신은 정작 탈출하지 못한 민모(35)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민 과장은 화재를 최초 발견한 뒤 119에 신고하고 4층 화재현장에 혼자 들어가 불이 난 사실을 알리고 탈출을 지시했다. 그러나 자신은 탈출하지 못한 채 전산실 내에서 동료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YTN은 "살려달라는 딸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달려온 아버지 A씨는 주검이 된 딸과 마주해야 했다. A 씨는 “아내에게 들은 얘기로는 갇혔다, 나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불법개조 증축 가능성도 제기됐다. YTN에 따르면 한 유족은 "저희 아들은 4층 창고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개조 안 한 건가? 그게 제대로 지은 건물인가"라며 "살려내. 살려내.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내 아들 살려내”라며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편 불이 난 세일전자는 인쇄회로기 기판(PCB)을 생산하는 전자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