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가 숨진 고 백남기 열사의 사망 원인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1일 그동안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고 집회 주최 쪽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조사위는 2015년 11월14일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지휘부가 청와대 경호구역에 대한 진입 차단을 위해 현장 경찰관들에게 1~3차 차단선을 절대 방어할 것을 주문했고, 차벽 사이로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인 ‘숨구멍’ 차단, 광화문 지하철역 등을 봉쇄하는 ‘솥뚜껑 작전’을 진행하는 등 경찰력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살수차 직사에 백남기 열사가 쓰러져 있다. 경찰은 과잉진압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집회에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강경대응을 보였다. <사진 오마이뉴스 제공>

조사위는 사건 발생 당일 경찰이 재량에 따라 집회신고 금지통고를 한 것과 관련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총 738대의 버스와 차벽 트럭 20대를 이용해 광화문 로터리, 서린 교차로 등에 차벽을 설치하고 약 2만여명의 경찰력과 살수차 19대, 방송차·조명차 등 13종류 1278대의 차량과 102대의 장비 등을 동원해 집회를 막으려고 했던 것 역시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 직사로 숨진 것에 대해 살수차 안전성 검증과 살수요원에 대한 훈련이 미비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살수차 사용은 경찰청 내부 지침 외 법적 근거 없이 사용한 것으로 (혼합)살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당일 오후 4시30분부터 밤 11시10분까지 202톤의 물에 최루액 440리터와 염료 120리터를 섞어 살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 경찰 서울대병원 접촉 지속, 정보 수집, 즉사 막고 보존치료케 해 정권타격 줄여 = 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에 지속해서 접촉한 사실도 밝혀졌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여러 경로로 병원 쪽과 접촉해 피해자 치료 및 예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술 과정에도 개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백남기 사망 사건 진상조사 심사결과’에 “피해자가 집회 당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대병원에 도착할 당시 맥박이 있었고, 수축기 혈압이 200대였으며, 통증에 반응이 없는 상태로, 자발 호흡은 있었으나 의식이 없어 기도확보를 위하여 기도 삽관이 시행됐다.

당시 피해자는 코마 상태로 기도 삽관을 통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고, 뇌 전산화단층 촬영(CT) 소견상 호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수술하더라도 회생이 어렵다고 진단되었다. 2015년 11월 14일 초진기록에도 치료 목표가 수술을 하기에는 좋은 결과나 이점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보존적 치료’로 되어 있고 퇴원 시기는 1주일 이내라고 기재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또 “회생 가능성이 없어서 수술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보존적 치료만이 예정된 피해자에게 갑자기 백선하 교수가 수술하게 된 과정에는 의료적 동기 이외에도 경찰과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피해자가 즉시 사망하는 것은 경찰과 정권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므로, 경찰과 청와대는 피해자가 본 사건 이후 곧바로 사망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서울대병원과 접촉하였고, 백선하 교수가 의료적 동기와 함께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수술을 집도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는 이런 결론을 내린 뒤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한 뒤 피해자 가족과 협의해 사과할 것과 당시 민중총궐기와 관련해 국가가 집회 주최자 등에게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하도록 권고했다.

또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것이 아닌 ‘보장’하는 방향으로 업무지침을 수립해 교육하고 살수차 등의 집회 배치·사용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2016년 10월 김병욱 의원(더민주당 성남 분당을)이 공개한 박근혜 정부 국가인권위원회가 '물포 피해자 관련 서울경찰청 방문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1월 14일 오후 7시께 서린로터리에 배치된 살수차에서 물이 뿌려졌으며, 무전망을 통해 서울경찰청장 지시로 4기동단장이 명령했고, 4기동단 경비계장에게 전달돼 살수차 탑승(2인) 운용자가 살수를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 최고수뇌부는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잘청장이었다. 수사를 총지휘한 경찰청 수사국장은 정용선 전 경기경찰청장,  4기동단장은 신윤균 현 영등포경찰서장이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16일 기초조사에 이어 18일 두번째 조사를 실시했다.

사건 이후 경찰과 박근혜 정부 관료들은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해 유족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황교안 당시 총리는 백씨가 쓰러진 이틀 뒤 경찰병원을 방문해 시위 진압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경찰과 의경을 위로했지만 백씨는 상태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어 논란을 빚었다.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이철성 경기경찰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사건 조사 보고가 폐기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지만 이후 거짓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용선 전 경찰청 수사국장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선거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충남, 대전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경기지방경찰청장(2016) 등을 거친 뒤 퇴임한 정 전 국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이 있었던 민노총 민중총궐기에 대해 소요죄 적용을 검토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