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FTA 추가협상 이후 한미FTA의 경제효과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떨어질 것이란 정부 분석이 나왔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한미FTA 재협상이 굴욕적으로 전개됐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FTA를 주도했던 정부내에서 FTA 효과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연구원 등은 22일 한미FTA 재협상 대상 중 계량화가 가능한 자동차, 돼지고기, 의약품 등 3개 부문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원협정보다 연간 406~459억원의 이익이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영향이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는 2007년 체결됐던 원협정에 비해 대미(對美)수출이 연간 5500만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미(對美)수입은 200억 달러 감소에 그쳐 무역수지 흑자가 연간 53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원협정은 자동차 관세(8%)를 발효 즉시 철폐키로 했으나 재협상에선 발효 후 관세를 4%로 인하한 후 5년 뒤에 완전히 철폐하는 것으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활발한 우리나라로선 예상이익이 감소하게 됐다.

다만 국내 소비자의 미국 자동차 선호도가 낮아 수입이 71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무역수지는 연간 4억8800만 달러(약 5270억원)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돼지고기, 의약품에선 원협정보다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돼지고기 관세(25%)는 발효 이후 2014년까지 점차적으로 철폐키로 했으나 이를 2016년으로 연장함에 따라 국내 돼지고기 생산감소액은 931억원으로 원협정보다 70억원 줄었다.

의약품도 국내 제약산업의 매출감소액이 당초보다 연간 44~97억원 감소해 490~10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의약품의 허가-특허 연계제도 의무이행 시기를 발효 이후 18개월에서 3년으로 유예했기 때문이다.

허가-특허 연계제도 의무이행은 제네릭 의약품 시판허가를 신청할 경우 허가단계에서 시판방지를 위한 특허 침해방지 조치를 이행하는 것으로 특허분쟁이 증가할 경우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허가가 지연돼 국내 제약사의 매출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는 자동차 등 대기업의 이익을 감수하면서 취약한 축산농가와 제약산업의 이익을 보호한 결과"라며 "한미 FTA 비준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하는 국가적 기회비용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미 FTA 비준이 지연될 경우 연간 15조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이번 분석보고서는 정부가 FTA 재협상으로 미국에 양보하는 굴욕협상을 했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손실이 예상된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익감소액이 미미하며 FTA 비준이 지연되는데서 비롯된 기회비용에 비해 매우 작다며 FTA의 국회 조기비준을 끌어내기 위한 대 국회 압박용으로 발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