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그토록 소망했던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삶을 포기한 채 자살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 씨의 장례식이 29일(금) 엄수됐다.

경기도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발인식은 유족과 동료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주중 조합원은 2009년 6월 정리해고된 뒤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옥쇄파업투쟁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폭력진압을 당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중주 조합원이 10년의 소원인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 선후배 노조원들이 고인의 영정에 비통해 하고 있다. 사측이 해고자 복직 합의를 위반하면서 발생한 희생이다. <사진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

이후 10년간 중단없는 복직투쟁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국가는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이어 통장압류 등에 나서 고통을 가중시켰다.

"해고는 살인이다"

10년의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김 조합원은 트라우마와 경제적 곤란을 겪으며 지난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득중 지부장은 김 조합원의 자살 직후 "회사측이 언제라는 말만 해줬어도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 지부와 회사 측은 2015년 12월 복직에 합의했다. 하지만 사측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선별복직을 취했다.

나머지 150여명의 조합원은 언제라는 기약도 하지 않는 회사측의 합의위반에 복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노제에서 김주중 조합원의 유가족과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을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동료들은 흐느끼며 “살려내라 살려내라 김주중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중주 조합원이 10년의 소원인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조합원이 국화꽃을 들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회사측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가폭력과 자본의 무성의한 처사가 한사람을 결국은 되돌릴 수 없는 죽음으로 만든 것을 목도하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도 분노스럽다. 자본의 탐욕에 놀아난 법관들의 농단이 확인되고 있고, 새로운 정권은 시간만 까먹고 있는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31번째 죽음이 나올까 두렵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과 노동이 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하루하루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게 답을 해야 한다"며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만들어 가겠다. 그러니 제발 살아서 싸우자. 저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살아서 싸우자”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반드시 기억하겠다. 그리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서른 번째 기억만큼 반드시 되갚아 줄 것이다. 이제 보내드리겠다. 희망고문이 아닌 희망을 만들어가겠다는 결의를 한다. 남은 자들이 동지와 함께하고 꿈꿨던 세상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노제는 유가족의 분향을 시작으로 김득중 지부장의 고인 양력보고로 이어졌다. 그리고 박준 민중가수의 추모가 공연,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 낭독이 이어졌다.

이어 유가족은 인사말을 통해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없었으며 합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고 빨리 회복되어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명예회복이 되었으면 한다”고호소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고인의 유해는 노제를 끝으로 유가족과 김주중 열사는 화장터로 향했다.

운구버스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 동료조합원은 국화꽃다발을 들고 오열하며 공장 정문으로 향했다. 공장으로 진입하려고 하자 회사측은 제지했다.

사측 관계자들은 정문을 봉쇄했다. 이 조합원은 문을 붙잡고 “너희들이 죽였어. 왜 안 되는 거야. 복직할 수 있었어"라며 절규했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서(2015년 12월30일)를 지키지 않았다. 복직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 고인에게 희망고문을 했다”고 비판했다.

쌍용차 노조는 이어 “정년퇴직자, 신차 등 해고자 120명의 복직 여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해고자 복직 교섭에서 복직 시한 명시를 거부했고, 만약 회사가 복직 시한만이라도 명시를 했다면 고인은 목숨을 끊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인은 대한민국 정부가 쌍용자동차를 폭도로 몰아 살인진압을 가했고, 조립공장 옥상에서 특공대의 토끼몰이 폭력진압의 피해자이자, 국가손해배상(24억)의 당사자였다. 살인진압의 진상규명이 늦어지고 국가 손해배상이 취하되지 않고,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고인이 죽음으로 명예회복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국가와 언론이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을 폭도로 몰아 쌍용자동차 해고자 출신은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결국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신용불량을 벗어날 수 없었다. 고인은 투잡까지 했지만 빚을 갚기 어려웠고, 자결에 이른 것”이라고 국가와 자본의 비정함을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