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제출된 위헌법률 논란과 관련 7년 만에 다시 같은 합헌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입영 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는 헌법 불합치라며 내년(2019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병역법은 입영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군 입대를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오랜 논쟁 양심 사상의 자유 침해 외면 = 이번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2004년 결정 때보다 다소 진전된 판단을 했지만 여전히 악습 내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된 사람이 1000명을 넘었고 하급심에서 무죄선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대체복무제 마련을 준비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관련 제도 마련을 권고한 상황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대체복무제 마련을 하도록 한 것은 진전된 결정이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군사훈련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준희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군사훈련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병역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국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은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논란의 핵심은 현행 병역법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헌법이 보장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현행 병역법은 입영통지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 헌재, '처벌은 합헌' 판결, '대체 복무제' 마련 지시 = 지난 2004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첫 판단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별개의견으로 언급됐다. 이번에는 반대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가 됐다. 14년만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병역기피자가 늘고 군의 사기를 꺾어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수 의견이 나왔다. 다만 이들을 처벌하기보다 공익업무를 하도록 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유익하다는 게 다수 헌법재판관의 의견이었다.

법원은 지난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과 관련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접수했다.

위헌 판단이 나왔을 경우 관련 사건은 모두 무죄가 내려지고, 향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기소되지 않고 대체복무제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처벌된 사람이 1,000명이 넘는 상황이지만 이번에도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가 이번에도 '합헌'으로 결론나면서 이들은 구제받을 수 없게 했다. 처벌조항을 무효로 만들지 않아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국가 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 차례에 걸쳐 병역법에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한편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최근 대법관 모두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올렸다. 대법원은 8월말 공개변론을 예고하고 14년만에 이 문제를 다시 판단하기로 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