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 백태가 검찰 수사 결과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하나금융그룹은 금융감독원과 맞서며 금감원의 조사결과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는 뻔뻔한 금융기관의 태도를 넘지 못한 채 "지시한 사람이 없다"는 꼬리자르기로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금감원과 공조를 통해 그동안 6개월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의 성적표는 12명 구속, 26명 불구속 등 총 38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지시한 사람은 없다"며 윗선개입에 대한 수사는 미진해 꼬리자르기 수사로 귀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전.현직 은행장도 4명이 기소됐지만 구속은 대구은행 전 행장 1명이 유일하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의 비리는 적발된 비리 건수에 비해 윗선에 대한 수사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신한은행은 뒤늦게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1.19 기각, 최종진 북부지법 영장전담)과 함영주 하나은행장(5.1 기각, 곽형섭 서부지법 영장전담 )은 구속영장이 기각돼 영장 재청구 대신 불구속기소했다.

이 전 행장은 2015년~2017년까지 국정원과 금융감독원, 은행 VIP고객, 전현직 임원의 자녀와 지인을 추천받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은행 채용비리가 처음으로 드러난 하나금융그룹을 보면 윗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하나금융은 지난 50명이 넘는 VIP 고객명단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조사가 시작되고 김승유 회장의 연임에 대해 금융당국은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하나금융은 김 회장의 연임을 강행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해 채용비리와 관련 조사에 착수했지만 금감원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했다. 하나금융이 금융당국까지 관리해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조사결과는 검찰 수사결과 적발 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봐주기 조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도 은행장과 금융지주사 회장 등 최고 윗선에 대해서는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결과를 내놨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김승유 회장에 대한 조사는 아예 한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역시 이광구 전 은행장이 영장 기각되면서 윗선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못하 채 정리됐다.

금융노조는 "철저한 윗선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조사는 윗선만 뺀 채 지시사항을 수행한 실무진만 기소하면서 끝을 내는 미완의 수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