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이 다비치는 야한 망사옷을 입은 여성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나를 만지지 마세요라며 시위를 벌였다.

16일 50여명의 여성들이 광화문에서 대한문까지 200여m를 행진하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야한 옷이 남성들의 성추행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반발하며 도심 한가운데서 '슬럿워크' 행진(The SlutWalk protest marches)을 벌인 것이다.

이들은 비키니 차림에 짧은 반바지, 속옷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망사 옷 등 그야말로 야하게 입었다.

팔과 다리 곳곳에는 '만지지마세요(Don't Touch)'라는 문구를 페인트로 그려넣었고, '옷은 양념이 아니다. 그녀는 먹을 것이 아니다'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이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 등 참가자 200여명은 '잡년행진'이란 제목으로 덕수궁 대한문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슬럿워크'는 캐나다의 한 경찰관이 "성폭행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옷을 매춘부처럼 입지 않아야 한다(Women should avoid dressing like sluts)"고 발언한데 반발해 올 4월부터 확산된 운동이다.

이날 행진 참가자들은 특히 최근 고려대 의대생들의 집단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 학생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모 대학교수가 강의 도중 "성폭행은 남성의 본능"이라고 발언한 게 알려지자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옷을 입을 때 남성들의 시선에 갇히게 되고, 여성은 피해자로만 남게 된다고 생각했다"며 "캐나다 슬럿워크 보면서 우리 해보자는 취지로 트위터에 제안이 올라오면서 모였다.

이들은 덕수궁앞에서 심상정 노회찬 두 전직 의원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농성에 연대를 표시하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