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견제한다고? 정몽구, 최태원 우리 회사 사외이사 내가 직접 추전하고 고른다. 1억원 가까운 돈을 받아가면서 있으나마나 방패막이, 거수기 노릇을 하는 감사위원과 사외이사의 실태가 심각한 지경이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들이 대기업 총수나 CEO가 직접 입맛에 맞는 유력인사나 말잘듣는 인물을 고른다.

상장대기업들의 감사위원회가 유력권력 기관장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대기업 비리조사에 대비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외이사는 회사의 주요한 경영관련 사안 결정 과정에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의 부실과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제도가 본래 목적과 달리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구자는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감사를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을 임명했다. 삼성그룹은 나아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이 X파일로 검찰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돈을 전달하며 대표되는 소위 삼성장학생을 육성해 온 것으로 드러났던 것. 이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I 문제, 탈세 등 각종 삼성관련 세무조사와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정점에는 총수가 있었다.

이후 삼성의 경험은 다른 대기업에도 빠르게 확산됐다.

나 사외이사가 유력공무원출신이나 보은인사로 채워지면서 바람막이나 거수기로  불러왔던 재벌총수들의 전횡과 독단을 막기위해 1999년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유명무실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0년이 넘었지만 경영감시보다는 오너와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나 보은인사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방국세청장이나 검사장, 법원장, 장차관 등 권력자들은 이 공직 은퇴 이후 감사위원을 차지해 바람막이 역할을 위해 선임되고 있다.

사추위 = 대형 상장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사추위)에 재벌총수,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사추위가 회사측에 완전히 장악돼 외부인사에 의한 경영감시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사외이사추천을 회사의 대주주나 CEO가 직접 고르고 있는 셈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시가총액 30개사(금융사 제외) 가운데 회장ㆍ부회장ㆍ사장 등 CEO급이 사추위 위원장 또는 위원으로 참여한 곳이 20개사다. 이는 전체의 66.7%로 3곳 중 2곳에 해당한다.
모두 4명(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진 현대자동차 사추위에는 정몽구 회장과 양승석 사장이 직접 참여한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최종태 POSCO 사장,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도 각각 자사의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고 
최태원 SK회장은 SK이노베이션 사추위 위원으로 있다.

사추위 심의를 거쳐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람 일부는 감사위원으로 일하게 된다.
대형 상장사의 감사위는 전원 사외이사로 채워진다. 이들의 상당수가 국세청, 검찰, 법원, 감사원,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의 정부 고위직 출신이다.

30대 상장사 사외이사들 가운데 지방국세청장 출신은 7명에 이른다. 기아차는 대구지방국세청장, 삼성중공업은 중부지장국세청장 출신을 각각 감사위원으로 영입했다.

현대차ㆍ현대모비스ㆍ삼성물산ㆍ현대제철ㆍ현대건설 등도 지방국세청장 출신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지방 법원장과 검사장 출신 감사위원을 둔 곳은 현대차ㆍ포스코ㆍ현대모비스ㆍLG전자ㆍ현대건설 등 5개사다.

장ㆍ차관급 출신이 감사위원인 곳도 있다. LG화학은 전 법제처장, LG는 전 노동부장관을 각각 감사위원으로 두고 있다. 고려아연은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과 복지부 차관 출신을 감사위에 배치했다.

감사원 감사위원, 부장 판사, 청와대 비서관, 세관장, 대검 형사부장, 남대문 세무서장, 국세청 조사국장, 경찰청 정보국장 등으로 일하다 감사위원이 되기도 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전ㆍ현직 교수들이다.

대기업 감사위원회가 유력 공직자 출신들을 싹쓸이해가는 블랙홀이 된 것이다.

대기업이 권력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유달리 선호하는 것은 전관예우 관행이 심한 우리나라 공직사회 풍토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비리 등이 불거졌을 때 이들이 외풍 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선임한다는 얘기다.

감사위원회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1999년 도입됐으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차원에서 경영을 감시하고 주주와 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인을 보호하는 게 핵심 임무와 거리가 멀게 운영되고 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조직이지만 한국의 사외이사는 지배주주나 경영진과 학맥, 인맥 등으로 연결되다 보니 감시와 견제를 못 한다. 이런 사람들로 감사위원회가 구성된 탓에 감사가 부실해지기 쉽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고 꼬집었다.

사외이사들의 대주주 편에서 하는 거수기 노릇은 심각한 지경이다.
국내 100대 상장사의 지난해 2천600여개 안건이 사외이사들의 견제 없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1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고도 '대주주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소액주주 권리와 이익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상장사는 지난해 이사회에서 모두 2천685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들 안건 중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것은 4건으로 0.15%에 그쳤다.

보류된 안건은 7건으로 전체의 0.26%였다. 사외이사에 의해 안건이 일시적이나마 중단(부결ㆍ보류) 된 비율이 0.41%(11건)에 그쳤다. 수정가결은 12건, 조건부 가결은 3건이었다.

결국, 사외이사들이 전체 안건의 0.97%인 26건에만 영향을 준 셈이다.
이사회 안건에 찬성이 아닌 의견(반대, 보류, 기권, 수정, 조건부 찬성)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사외이사는 전체 466명 중 9.8%인 46명에 불과했다.

사외이사의 90.2%인 420명이 작년에 한 번도 반대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다.
거의 모든 사외이사가 임원 연봉 인상,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자회사 주식 취득 등 소액주주 이해와 충돌할 수 있는 중요 안건을 심의하면서 대주주 편에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셈이다.

한 현직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는 대체로 대주주가 임명하기 때문에 그의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며 '거수기'로 전락한 배경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 사외이사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너무 부족한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들이 소액주주 권리에 침묵했음에도 연봉은 많게는 약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제철 사외이사들의 평균 연봉이 작년에 9천700만원이었다. 정기ㆍ임시 이사회에 참석한 열흘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급여는 무려 970만원 수준이다.

현대모비스와 LG전자, 삼성전자의 연봉은 각각 9천400만원, 8천300만원, 6천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 감사위원이란? =사외이사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시ㆍ감독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려고 도입됐다. 2001년 개정 증권거래법은 모든 상장사가 일정 인원의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했다.

감사위원회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1999년 도입됐으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차원에서 경영을 감시하고 주주와 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인을 보호하는 게 핵심 임무와 거리가 멀게 운영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