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18 목 12:00
> 뉴스 > 오피니언
     
[김근식의 한반도리서치]평양의 랭면집
2011년 07월 14일 (목) 16:10:26 [조회수 : 594] 김근식 webmaster@news-plus.co.kr

베트남과 라오스를 다녀왔다. 평소 존경하는 신부님이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평화 3000’이라는 인도적 지원 단체의 봉사활동을 따라 나섰다.

네 분의 신부님과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했다. 봉사는 뜻 깊었지만 한반도의 안타까운 현실을 실감할 수 있어서 일정 내내 착잡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희망을 발견하고 왔다.

‘평화 3000’은 본래 대북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단체다. 평양에 콩우유 공장과 두부 공장을 지어주고 지속적으로 원료를 공급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천안함 사태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마저 중단되면서 북으로 들어가던 지원품은 창고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북녘 땅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를 높여주는 일이 남북의 정치적 기싸움과 군사적 긴장으로 차단되고 만 것이다.

아무런 인연도 안면도 없는 베트남과 라오스 사람들에게 식량지원과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의 정당성이라면 지금의 남북관계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은 지체 없이 재개되어야 한다.

대북지원 단체들이 ‘소통과 대안’이라는 연대 기구를 만들어 정부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라오스로 가기 위해 머물렀던 캄보디아 시앱립에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목도할 수 있었다. 일행이 찾아간 ‘평양랭면집’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북적댔을 넓은 홀엔 단촐한 한두 팀과 일본 여행객 몇 명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 고객이던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북한식당 출입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유로 가이드들도 식당출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에 해마다 3억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는 청와대 비서관의 자신감이 바로 이런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포의 만남과 민족의 화해마저 갑을 관계의 고집과 오기로 막겠다는 근시안적인 접근일 뿐이다.

많지 않은 손님이었지만 북측 복무원들은 정성스럽게 공연을 진행했다. 미국 유학 중에 어머니를 따라 봉사활동에 참여한 대학 입학생 강호는 우리 테이블을 담당했던 백광숙 동무의 미모와 친절에 연방 싱글벙글이었다.

냉랭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해외 북한 식당에는 찬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래도 남과 북이 만나면 순식간에 동포애와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 식당에서 이북 여성을 만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금강산에서 개성과 평양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고 즐겁고 흥겹게 어울릴 수 있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북한 식당 출입은 언제나 자유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마저 신기하고 생경한 일이 되어 버린 우리 남북관계의 현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과일 때문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 신부님이 병원을 물었고 한국 말이 통하는 의사가 있다는 앙코르 병원엘 갔다.

그런데 신부님을 맞이한 사람은 놀랍게도 북에서 파견 나온 의료팀이었다. 평양의학대학을 나왔다는 인텔리 여의사 이종숙 선생은 해외에서 만난 남측 동포를 무척 반가워했고 정성스럽게 진료해줬다.

처방에 따라 주사를 놓아 준 간호원 박수련 선생 역시 부끄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신부님이 아프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줬다. 평양을 자주 왕래한 대북 지원단체라고 밝히자 북측 의사 선생은 신기해하고 고마워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국 땅에서 아픈 남쪽 사람을 북쪽 의사 선생이 치료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자 우리 모두는 민족화해와 남북관계 정상화의 절박함을 더더욱 공감했다. 남북의 저변에는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국 간에는 쟁점이 존재할 수 있다. 갈등할 수도 있고 기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 이유로 해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마저 막고 민간 차원의 만남이나 교류까지 막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전쟁 중에도 인도주의는 관철되어야 하고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동포애는 막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때문인지 40도를 오르내리는 이국 땅의 무더위가 더욱 힘겹게 느껴졌다.

 

<이글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정세균의 국민시대 코너에 게재한 컬럼으로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민간교류까지 단절되는 상황에서 더이상 인도적 교류의 조속한 재개가 왜 필요한 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게재한다>

김근식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플러스(http://www.news-plu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김건희 Case

본문내 브라이들 교수 인터뷰에 대

??

코로나 백신의 성분을 공개하여 안

근거논문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윤리강령
서울 서초구 효령로 77길 34 현대골든텔, 14층 05호 | Tel 02-922-4011 | Fax 02-3274-0964
등록번호 서울아 01179 | 등록날짜 2010년 3월 23일 | 발행인 이철원 | 편집인 : 안중원 | 청소년보호 책임자 이철원
Copyright 2010 뉴스플러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news-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