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임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동안 담아놨던 직언들을 거침없이 토해내 이명박 대통령이 진땀을 흘렸다.

그동안 안상수 체제에서 보여줬던 청와대의 하명(?)을 수행만했던 수직적 당청관계에 선을 긋고 수평적, 나아가 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당청관계 정립에 나선 것이다. 

13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최고위원들은 이 대통령 앞에서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내정설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에 대한 당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임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고 지도부를 격려하는 한편 기존의 당청관계 유지를 위해 소통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식사 뒤 티타임에서신임 대표에 오른 홍준표 대표에게 홍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복장에 대해 물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간담회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일순 썰렁해졌다. 

당 쇄신파의 기수 남경필 최고위원이 선봉에 섰다. 식사를 마치고 티타임에 들어가자마자 남경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법무장관 인선과 관련한 당내 기류를 가감없이 전달했다.

남 최고위원은 "법무장관으로 민정수석이 거론되는데 적절치 않다. (당내) 많은 의원을 만나고 이야기했는데 (홍준표) 대표를 포함해 극소수만 찬성하고 대부분 반대한다"면서 "이것이 당심이다. 대통령도 이런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 형식이었지만 측근 인사는 결단코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황한 듯 "결정된 것도 아닌 (언론에서) 기사가 나오더라"면서 "알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친서민 정책이 좀 더 가슴에 와 닿게 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나경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 책임은 당에 있다. (정책에서) 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당 주도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책은 몰라도 책임은 차별화될 수 없으니 청와대가 지원해달라"고도 했다. 

홍준표 대표도 "우리은행, 대우조선해양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인데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포스코처럼 국민공모주 형태로 해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정부의 민영화 방식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당 지도부의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당정간 정책 주도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 정책 입안이나 발표를 안 하도록 하고 당도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정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당정협의를 긴밀하고 원활히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14일 개각을 할 예정인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