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분단 역사에 특별한 한해가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1월 1일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와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필두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있으며 매일 매일 새로운 뉴스들이 넘쳐나고 있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측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대남특사로 보내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방북을 요청했다. 남측에서는 이에 화답하여 정의용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을 평양으로 보냈고 3월 5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6일 서울로 돌아와 6개항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체제 안전을 조건으로 한 비핵화 의지, 조미 정상 간의 대화용의, 대화 지속 기간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지, 남에 대한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 불사용 등의 사항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대북 특사단은 곧 바로 미국으로 가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정상회담 제안을 전달했다. 트럼프는 바로 그 자리에서 수락함은 물론 이 사실을 특사단이 발표토록 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작년 한 해 동안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화염과 분노’ ‘미치광이’ ‘로켓맨’ 등으로 비난하며 말폭탄을 날리던 모습을 상기한다면 놀라운 변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평양에서 합의한 내용이 하나씩 가시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남북 직통전화인 핫라인에 설치되어 남북 양 정상의 집무실에 설치되어 언제든지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춰놨다.

같은 날 북에서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가 열려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 라는 결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핵심 내용은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 사명을 끝마쳤다”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ICBM 시험발사도 중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하여 핵 경제 병진 노선을 종료하고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을 하는 새로운 전략 노선을 제시했다. 이를 미루어 보건데 북은 앞으로 경제건설에 총력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은 사상의 강국, 정치 강국, 군사 강국임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였으나 경제 강국이 되지 않고서는 명실상부한 강국이 되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강국은 반드시 점령하지 않으면 안되는 고지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경제문제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궁극적인 목표가 사회주의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의 향상에 있음을 강조했기 때문에 그동안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에 의한 대북 고립,압살책동에도 자력갱생 아래 발전시킨 사회주의 인민경제를 향상시키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취약한 경제문제 해결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절대절명의 과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2년 전 신년사에서 인민들에게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민에게 미안하다(2016년)에서 핵경제병진노선으로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핵무력 완성에 주력했다. 지난해 연말 핵무력 완성 선언에 이어 올해는 당 중앙위 전체회의 보고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건설에 총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평화적인 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조미 간에는 '종전선언'과 더불어 '평화협정'이 맺어져야 한다. 북이 이런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오로지 비핵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남측과 미국의 입장을 충족시켜주어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정상회담인 셈이다. 앞서 두 번의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번에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하루 동안만 열리게 된다. 북측 최고 지도자가 남측 땅을 밟게 된다는 점에서 획기적 의미가 있다고들 하지만 사실 상징성이 있는 서울에서 열리지 못하고 판문점에서 그것도 하루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실무적인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을 청와대로 불러 마련한 오찬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미 회담과 무관하게 남북이 따로 진도를 낼 수 없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크게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어서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남북 간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운운해봐야 공허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길잡이 구실을 해야 함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남측에서는 일방적으로 미국을 편드는 시각에서 벗어나 북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미국에 전달하고 설득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회담이 원만하게 되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7.4 남북공동성명부터 시작해서 6.15와 10.4 선언에 이르기까지 과거 남북 간에 맺어졌던 선언의 정신과 내용을 다시금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치 군사적 적대관계의 종식과 긴장을 해소하는 것을 전제로 남측에서는 5.14 조치의 폐기와 개성공단 복원,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적어도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파탄난 관계를 회복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남과 북이 민족공동체로서 함께 동반 성장 발전해 가는 기조에서 앞으로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경제협력과 상생 번영의 청사진을 제시하면 민족 성원 모두에게 희망을 주지 않겠는가? 각론은 뒤로 미루더라도 총론적 차원에서 선언적 의미에서라도 이를 제시하면 좋을 것이다. 

남과 북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남북 경제협력은 북측에서만이 아니라 남측에서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앞으로 남과 북은 군사와 핵 문제에서 경제문제로 이슈를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을 시발로 1년에 한 두차례씩 정례적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천명하는 것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조미 정상회담이다. 남북 수뇌회담이 성공해야 조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민족사의 획기적인 대사변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어 분단과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