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선봉을 이끌었던 골리앗투쟁의 주인공인 울산 현대중공업이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그동안 어용노조의 불명예를 떨어내고 노동자 대투쟁의 정신을 되살려 노동자를 파리목숨 취급하는 자본에 맞서 본격적인 파업투쟁 수순에 들어가 노동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 최대사업장인 현대중공업노조는 16일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조선업계 시황 악화와 경영난을 이유로 24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경영상 책임을 지고 있는 경영진과 오너 일가의 희생 노력은 하지 않고 인력감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으로 경영난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까지 이미 희망퇴직을 통해 3500여명을 감원한 바 있는데 또다시 2400여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군산조선소를 가동중단했다.  

노조는 경영악화를 노동자에게만 전가한다며 노동자만 희생하는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울산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도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지역 고용안정에 촉각을 세웠다.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를 비롯해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지지하는 지방선거 후보들은 16일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노동존중사회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노동이 있는 조선산업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김기현 울산시장은 지난 13일 시청상황실에서 현대중공업 임원들과 면담을 갖고 "조선업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 고용안정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울산시의회는 사측의 구조조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며 압박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인력감축 방안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노조의 반발을 샀다. 

현대중공업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에서 쟁의 발생을 결의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동안 온건파가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오랜 기간 노사분규가 사라졌었다.

금속노조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어용노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사내에서도 민주노조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노사분규 없던 사업장에서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라는 결과로 쟁의를 결의한 것은 사측의 책임이 크다는데 노동자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온건파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결국 사측의 명예퇴직 압박과 인력만 구조조정하는 사측의 방침에 반대하며 이날 대의원 대회를 개최했고 만장일치라는 보기드문 찬성율을 보이며 쟁의 관련 안건이 통과됐다. 이날 대의원 대회는 쟁의행위 결의와 쟁의예산안을 승인했다.

노조는 곧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노조는 찬반투표가 가결되는대로 파업 돌입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례적인 대의원 만장일치 결의로 총파업투쟁도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에 힘을 받게 됐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내에선 올해 총파업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없는 등 투쟁력이 한상균 집행부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노총의 주력인 현대중공업의 투쟁 향배에 관심이 민주노총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