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교육혁명’ 중이다. 최근 전국민적 뜨거운 관심사가 된 ‘반값등록금 문제’는 물론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 효과’로 초중등교육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교육혁신의 바람은 대학입시, 대학구조 개혁에도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이러한 추세는 마찬가지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 각국은 산업사회방식의 교육이 더 이상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교육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공교육 개혁 없이 미국의 미래도 없다.”, “불평등에 대한 가장 위대한 해독제는 공교육이 좋은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며 교육개혁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영국도 2007년 총리로 취임한 고든 브라운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교육 개혁’을 내세웠다. 프랑스는 2008년 취임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학개혁을 최우선 정책목표의 하나로 정하고 “대학개혁만이 고등교육의 경쟁력 저하를 치유하고 청년 취업을 활성화 하며 국가경제 번영을 이끌 유일한 길”이라며 강력한 실천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는 결국 교육을 통해 국가경쟁력 1위의 나라로 만들어 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한국사회의 미래는 우리 대학들의 혁신과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의 대학경쟁력이 내일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의 구조개혁과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이러한 개혁의 핵심 키는 역시 정치에 있다. 바람직한 정치의 변화는 대학의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제 한국도 세계 최고의 교육시스템을 갖춘 ‘교육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이 ‘2013년 체제’의 확고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

[대학개혁의 핵심은 교육의 질과 공공성을 높이는 일]

최근 뜨겁게 이슈화 되고 있는 ‘반값등록금 문제’는 현재 청와대와 여당의 손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이지만 언제든 다시 튀어오를 민감한 중요한 정책 사안이 되었다. 모두가 대학을 가지 않을 수 없고 대학교육의 비용을 대부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현실 탓에 세계에서 제일 비싼 등록금에 허덕여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취업이 힘들어 결국 대출받은 학자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하는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문제이다. 실질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고 부릅뜬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교육이 인성을 함양하고 능력을 키워 개인과 사회의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면 교육은 미래사회의 희망이다. 그렇지 않고 한국사회의 학벌과 대학서열, 격차 큰 양극화된 노동시장, 그 속에서 벌어지는 전가족이 동원된 ‘점수따기’와 ‘스팩쌓기’에 따른 임시경쟁은 희망의 교육을 절망의 교육으로 만들고 있다.

통계청 공식 자료로는 20조원, 민간 추정치로는 4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대학진학율이 85%에 이르며, 사립대학이 전체대학의 87%(전문대는 98%)에 이르는 상황에서 살인적인 학벌경쟁게임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 부담과 청년 실업문제는 나날이 깊어만 간다. 이것이 거칠고 안타깝지만 우리 고등교육의 객관적 현실이고, 한국에서 교육은 이제 사회발전의 지렛대가 아니라 확실한 짐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고등교육의 공공성 제고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개혁 과제가 되었고, 우리 교육에서 학벌경쟁게임을 완화하려면,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제정지원을 현재의 GDP대비 0.6%에서 OECD 평균인 GDP대비 1.1% 수준으로 높이면서 대학등록금을 저등록금정책으로 전환하고,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며, 비정규직 시간강사문제를 해결하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묘안을 찾아야 한다.

초중등교육 개혁이 고등교육 개혁의 종속변수는 아니나 교육혁신의 핵심 고리는 역시 대학개혁이다. 바람직한 대학구조개혁과 관련해서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서 공공성 확대를 통한 교육구조·여건의 질적 개선, 대학정원 감축과 구조조정,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제언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고용-복지-학습이 연계된 한국형 황금삼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의미 있다. 따라서 이런 논의들이 체계적으로 생산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범국민적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합의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는 사회적으로 노동시장의 현저한 이중적 격차구조의 변화,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 축소, 중소기업 육성 등 정의롭고 공평한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 실업기금 확대와 재취업 지원, 평생학습시스템 구축 등 사회복지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세재정, 노사관계법규, 임금구조 개혁, 기업의 인사문화, 사회복지법규 등 다양한 요인들을 두루 해결해야 하므로 매우 중차대한 정치적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람직한 교육개혁의 전제는 역시 정치권력의 변화를 수반하는 정치주체의 확고한 철학과 의지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