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북미 정상회담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속이 타들어가며 초조해졌다.

조선반도가 북조선의 신년사 발표에 이은 평창올림픽계기로 조성된 남북 평화와 협력 분위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회담 제안을 수락하기까지 초고속도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아베 총리의 입지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대북 강경 정책에 앞장서며 미.일동맹에 집착하면서 위안부 문제나 군국주의 재무장 등 주변국의 우려에는 무시해왔다. 

지난 16일 오후 45분간 진행된 한일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고이즈미 평양 선언'을 언급했다. 

평화주의자가 아닌 아베가 평양선언을 언급한 것은 예상을 넘어 빠르게 진전되는 남북, 북미정상회담과 급변이 예상되는 조선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초조감의 반영이란 관측이 많다. 아베는 그동안 지난해 말 전쟁위기 직전의 극심한 대결국면에서 선 비핵화를 주장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으로 평화 분위기 조성 속에 기존의 강경론만 내세웠다간 자칫 국제적인 고립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해 발표한 평양 선언은 일본의 식민 통치에 대한 사과와 국교 정상화, 경제 협력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포괄적 국교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아베의 언급은 최근 급변하는 조선반도 정세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북측과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음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납북 일본인 문제도 한국과 미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북미회담을 중재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를 요청했으며 미국을 방문한 고노 다로 외무상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이 같은 뜻을 우선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는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대화를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납치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북일 대화에 기대감을 보인 것으로 저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베 총리는 유엔 대북제재와 위안부 문제 사과 등 북측의 눈밖에 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부 피해 배상과 사죄는 남측이 형식적인 해결을 한 것과 달리 북측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더 강력히 요구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일제 야수들의 특대형 반인륜적 죄악을 만천하에 고발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일본군 성노예 범죄는 일제가 계획적으로, 조직적으로 감행한 반인륜적 특대형 범죄"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최근 위안부 학살 장면의 사진 4장을 싣고 "일제의 반인륜적 특대형 성노예 범죄에는 절대로 시효가 있을 수 없다"며 "일제가 조선 민족에게 저지른 전대미문의 치 떨리는 만행을 우리 겨레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반동들은 과거 범죄를 역사의 흑막 속에 묻어버리는 파렴치한 망동을 걷어치우고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모든 죄악에 대해 지체 없이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성노예 범죄를 비롯해 일본의 과거 죄악에 대해 추호도 용서치 않을 것이며 그 대가를 천백배로 받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중앙통신도 17일 '대세를 모르면 닭 쫓던 개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지금까지 미국 상전이 내든 최대의 압박 정책 수행에서 그 누구보다 앞장서 날뛰어 온 것이 바로 일본 반동들"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어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이 자기 자신을 위해 대세를 바로 보고 대조선 정책을 놓고 숙고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이미 일본 반동들이 분별을 잃고 계속 못되게 놀아대다가는 영원히 평양행 차표를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데 대하여 경고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 기대감을 갖기 전에 위안부 문제 사죄와 배상, 대조선 적대정책과 대북제재에 날뛰지 말 것을 정중히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