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직원 실수로 발생한 배상책임에 대해 직원월급으로 해결하라는 지시 댓글을 달아 직원들이 황당해 하고 있다.

자신의 30억원 대의 자택 수리비용을 회삿돈으로 지불해 불구속 기소 된 상황에서 수천원 짜리 배상물품을 담당 직원의 월급으로 해결하라는 것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10일 항공관련 종사자들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매케런국제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 KE006편을 이용한 한국인 탑승객 A씨가 대한항공 발권 데스크 직원의 안내 실수로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헤어스프레이가 압수됐다.

기내 휴대반입이 금지돼 위탁수하물로 부쳐야 할 헤어스프레이를 직원이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고 잘못 안내해 헤어스프레이를 들고 탔다가 보안검색대 엑스레이 검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이 승객은 지난 4일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에 이메일을 통해 항의했다.
내부 업무용 인트라넷에 해당 글이 올라온 것을 조양호 회장이 발견하고 댓글을 달아 업무를 지시했다.

문제는 댓글의 내용이다. 회장으로서 경박스럽고 치사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조 회장은 이 게시글 대한 댓글에서 "지점장 월급으로 같은 헤어 스프레이 구매 또는 금액으로 송금 요"라고 적었다.

직원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으니 업무책임자인 지점장이 월급으로 해결하라는 취지다.
대한항공의 여객운송 약관상 대한항공의 과실에서 기인해 발생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휴대수하물에 대한 손해액은 회사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중국 항공사의 경우 업무 중 발생한 손해액을 인사상의 불이익으로 받는 대신 직접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출신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고의성 없는 단순 실수를  과실을 책임자의 월급으로 해결하라고 대응한 조 회장의 태도는 직원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며 "정서상 이해하기 힘들다. 작은 실수까지 회장이 월급에서 까라는 지시를 하면서 조 회장은 자택 공사에 회삿돈으로 공사하는 것 아니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에서 창립 49주년 행사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창의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동력을 만들어내자”고 연설했다. 대한항공의 창립일은 1969년 3월1일이다. 

조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안정적 운영, 그리고 안전운항과 고객감동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에게 감사한다”며 “민간기업으로서 유연한 역량을 통해 개척한 길로 항공산업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