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일본 정부를 겨냥해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없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전세계를 뒤흔든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에 연결해 일본을 비판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일본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강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최근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소녀와 여성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운을 뗐다.

강 장관은 "이러한 맥락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결여돼 있었음을 겸허히 안정하고, 우리 정부는 피해자ㆍ가족ㆍ시민단체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마찰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일본의 책임과 위안부 성노예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면서 미투 운동에 연결해 일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 수사를 동원한 것이다.

강 장관은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 세대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조선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 최근 남북관계 개선분위기를 감안해 언급은 조심했다.

강 장관은 "평창의 정신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측 당국이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언급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당시 북 지도자의 이복형이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잔인하게 암살됐고 이는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일본은 위안부 학살 장면 영상이 공개된 상황에서도 도리어 강 장관의 발언에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2015년 한일간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것"이라며 "강 장관의 이번 발언은 우리나라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제네바 주재 이하라 준이치 대사가 곧바로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모두 이행하고 있으므로 한국측에 대해서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하라 일본대사도 강 장관 연설이 끝난 뒤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합의로 해결이 끝난 문제”라며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며 "한일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합의한 문제를 유엔에 가지고 나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