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한 일본군 위안부의 학살 현장이 영상으로 처음 공개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제 99주년 3.1절을 앞두고 주최한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컨퍼런스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집단 학살된 곳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과 언론보도가 나온 적은 있지만 학살 현장을 담은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기록은 당시 중국 국민당 기관지 '소탕보'(1944년 9월18일자) 등 일부 매체 기사에 남아 있지만 영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학살 행위는 없었다며 부인해온 일본의 주장은 군색하게 됐다.  

이 영상은 19초 분량으로 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전쟁 패전 직전인 1944년 9월 중국 윈난성 텅충(騰沖)에서 미·중 연합군이 찍은 것으로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군에 의해 학살된 후 한꺼번에 구덩이에 내버려진 참혹한 모습이다.

시신을 매장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군 병사가 시신의 양말을 벗기는 장면도 담겨있다.

미중 연합군은 1944년 6월부터 중국-미얀마 접경지대인 윈난성 쑹산(松山)과 텅충의 일본군 점령지에 대한 공격을 개시, 같은 해 9월 7일 쑹산을, 14일엔 텅충을 함락했다. 영상은 탕중 함락 다음날인 9월 15일이다.

당시 이곳엔 일본군에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 70∼80명이 있었다. 당시 연합군에 포로로 잡혀 생존한 23명을 제외한 조선인 위안부 대부분은 일본군이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패전이 임박하자 당시 일본 작전참모였던 쓰지 마사노부(辻政信)는 쑹산과 텅충 주둔 일본군에게 “지원 병력이 도착하는 10월까지 계속 저항하라”는 사실상의 ‘옥쇄(강제적 집단자결)’ 명령을 내린다.

이를 거부한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부 민간인과 함께 학살당했다고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밝혔다.

이런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은 연합군도 인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앞서 텅충이 함락되기 직전인 9월 “13일 밤 일본군이 한국소녀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고 기록된 문서를 발굴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서울대 연구팀이 2016년 발굴한 위안부 학살 현장 사진과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과 영상 속 시신의 옷차림이 같고, 사진 속 중국인 병사가 영상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연구팀은 영상 발굴과 관련 "전쟁 당시 미군 사진 부대의 사진영상 촬영 담당 병사가 2인 1조로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해 영상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사진이 있으니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찍은 영상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된 자료를 샅샅이 뒤진 끝에 조각 조각 끊어진 필름 더미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연구팀이 공개한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영상도 이런 과정을 통해 발굴됐다.

연구팀은 위안부 학살 사진을 발굴한 뒤 1년 만인 지난해 학살 영상도 찾아냈지만 바로 공개하지는 못했는데 학살이라는 주제가 워낙 민감해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상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전쟁 말기 조선인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과 이 자료들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발굴 공개는 서울시가 서울대인권센터에 위안부 자료 발굴을 2016년부터 지원해 온 성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전시에 여성을 전쟁터로 동원하고 성적 위안의 도구로 사용하다 학살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일본은 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사과해야만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