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북측과 조건없는 대화 발언이 나온 지 하루만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며 뒤집었다.

미국 국무부는 백악관이 틸러슨 장관의 발언 직후 대변인이 성명까지 발표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자 한발 물러서 미 행정부내 균열 우려를 희석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 직후에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제동을 걸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어떠한 협상을 시작하기 전이라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는 소강 기간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틸러슨 장관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의 그간 입장과 대치되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로운 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다. 우리의 정책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조선이 한반도의 평화로운 비핵화에 대한 진실된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어야 조선과의 대화를 열어놓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들이 마주 앉아 그런 종류의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는 어느 시점에는, 적절한 시기에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오랫동안 얘기해왔으나 명백하게 지금은 그러한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소강 기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전제조건이 없다'고 말한 것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줄이거나 그들의 보상 요구에 굴복하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제임스타운 재단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어제 틸러슨 장관이 '우리는 협상 개시에 열려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협상이나 대화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CBS가 보도했다.

또한, 맥매스터 보좌관은 "조선은 정책의 일환으로서 강요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이 추구해야 하는 유일한 목표는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백악관 관료들이 뒤집고 나서면서 트럼프 행정부내 균열을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 관료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독려한 상황에서 나온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동맹국들 사이에서 혼란을 싹트게 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샌더스 대변인의 성명 발표에 대해 "말하자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계속 이웃 나라들을 협박한다면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백악관이 틸러슨 장관의 발언으로부터 거리를 두기까지는 불과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CNN에 "조선은 먼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지하고 의미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서 "북의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를 고려하면 지금은 분명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북핵 해법을 놓고 또다시 이견을 노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중국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공개하자 트위터를 통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백악관이 국무장관을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나왔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쪽에선 대화를, 한쪽에선 신중 모드로 미국이 각자의 역할 분담을 통해 대북 대화와 압박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 기조가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아도 한발 씩 모종의 변화 조짐이 있눈 것 아니냐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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