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지기 여성 생매장 살해사건의 범인인 50대 여성과 아들의 범행 동기가 절도범 누명을 쓰게 했다는 초기 진술과 달리 피해여성을 남편과 통정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탄로날까봐 염려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여성은 남편과 이혼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 피해 여성에게 자신의 남편과 성관계를 갖도록 시켰다가 소문이 날것을 염려했다는 것이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7일 살인 혐의로 이모(55·여)씨와 그의 아들 박모(25)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14일 지인인 A(49·여)씨를 렌터카에 태워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시게 한 뒤 강원도 철원 남편 박모(62·사망)씨 소유의 텃밭에 생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지난해 5월 별거 중이던 남편 박씨와 이혼할 빌미를 만들고자 A씨를 철원 박씨의 집으로 데려가 성관계를 갖도록 지시했고 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해여성 A씨의 동거남(52)이 이 사실을 알고 올해 6월 이씨를 찾아가 "왜 그런 일을 시키느냐"라며 따지며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이씨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간혹 모이는 10여명 규모의 지인 모임에 이 사실이 폭로될까 두려워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또 평소 자신의 말에 복종하듯 따르던 A씨가 지난해 5월 아들 박씨 차를 사려고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하고, 같은해 6월 A씨 옛 동거남 집에서 A씨 소지품을 훔쳐 붙잡힌 뒤 "경찰에 가서 시킨 일이라고 진술해달라"는 부탁도 거절하자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적장애 진단을 받은 적은 없으나 지적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는 유족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함께 구속된 아들 박씨는 범행 1주일 전부터 어머니 이씨와 범행을 모의했다.

남편 박씨는 범행 당일 철원으로 찾아온 이씨가 "A씨가 당신과 성관계한 일을 주변에 소문내고 있다. 지금 수면제를 먹여 데려왔으니 살해하자"고 설득하자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 박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집이 압수수색을 당하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경찰을 따돌린 뒤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

경찰은 8월 10일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던 A씨가 사라진 사실을 처음 안 사회복지사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A씨가 금융거래나 전화통화 내역 등 생체반응이 없는 점을 감안해 살인 사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9월부터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이씨가 "7월 19일에 A씨가 돌아다니는 걸 본 적 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는 제보를 받아 의심해오던 중 범행당일 이씨 모자의 동선과 A씨 휴대전화가 꺼진 지점이 겹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