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사상 최대규모인 428조 8000억원의 수정 예산안을 의결한 가운데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공무원 증원 관련과 관련 공무원을 늘려도 현장인력이 부족한 이유가 짚어낸 진단이 주목을 끌고 있다.

정부 여당은 내년 예산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인 공무원 증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공무원 증원은 전임 박근혜 정권에서도 나왔던 공약이다. 박근혜 정권은 5대 사회악근절을 위한 경찰공무원 증원에 방점을 뒀고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관 증원에 방점을 뒀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을 아무리 해봐야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끊이지 않는다는 구조적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내세운 공무원 숫자 늘리기로 현장 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숫자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있는 인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무원을 1만 2221명 늘리기로 하고 예산은 편성했다.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국회를 거치면서 1만명 이내로 조정돼 최종적으로 9475명으로 확정됐다.

공무원 증원 숫자 내역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역점을 뒀던 소방관 증원 문제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공무원 증원 내역을 보면 소방관 증원은 소방청 5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장직이 아닌 내근직 지휘부 인력만 늘리는 내용이다.

행정자치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정부예산안에 포함한 공무원 증원' 내역을 보면 소방관련인 119 특수대원은 2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 증원 내역을 보면 모두 국가직이다. 경찰과 해경, 충북 오송 청사시설 보호 인력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행자부는 예산안과 증원 규모가 축소 조정됨에 따라 위 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고 다소 직종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첫 현장방문으로 용산소방서를 찾아 소방 공무원의 고충을 이해하고 국민생명을 구조, 보호하는 핵심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소방관 증원은 54명에 불과해 문 대통령이 보여온 행보와 크게 대비됐다. 소방관에 높은 보여온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소방관 증원에는 인색했다는 지적이다. 

소방관은 지방직이어서 이번 공무원 증원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소방관을 팔아서 정부가 공무원 집단만 비대화하고 씀씀이만 키우고자 생색을 내려했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의 보고와 문서상 보고와 지시 위주의 시스템을 현장 위주로 재배치만 해도 현재의 몇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서장 출신인 박상융 변호사는 조선일보 PUB에 기고에서 공무원 증원론에 대해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여야는 내년 공무원을 9400여 명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찰관 2만명 증원 공약이 있었고 실제 증원됐다며 그렇게 증원된 경찰관들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부는 내년 공무원 증원에 경찰 2779명을 늘리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찰을 증원해왔는데도 일선 파출소, 지구대, 형사, 교통경찰은 늘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야간에는 불만 켜있고 경찰관도 없는 치안센터가 부지기수다. 파출소에 가면 정년을 앞둔 경찰관과 갓 경찰학교를 졸업한 새내기 순경이 대부분이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도대체 증원된 경찰관들은 어디에 가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라며 하나씩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시위가 있거나 없거나 광화문 광장이나 주요 공공기관, 외국 대사관 주변에 경찰관들이 상주 근무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대사관 밖에는 경찰이 버스를 대놓고 24시간 상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대부분이 새내기 경찰관들이다. 어렵게 노량진학원에서 평균 3수 이상을 해가며 속칭 사법시험보다 어렵다는 ‘순경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인력이 부족한 파출소나 민생 치안 현장에 있지 않고 버스에서 속칭 ‘뻗치기’ 근무나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경찰청과 지방경찰청은 경찰대학을 졸업한 경력이 짧은 경찰관들로 채워진다. 그마저 이들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늘 신설되는 TF팀, 혁신위원회 등으로 차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2, 3급지 경찰서에 가면 각 과의 서무업무를 순경들이 담당한다. 심지어 지방청에서는 경장, 경사가 문서 기안을 하고, 경위 이상만 되어도 현장은 뛰지 않고 결재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청에서는 경정 이상은 지시만 하고 보고와 결재만 받는다고 한다"며 "경무관 이상이 되면 상근 경찰관이 부속실에 배치되어 있고 이들이 전화를 받는 등 비서역할을 수행한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현장을 경험해야 할 젊은이들을 현장으로부터 차출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늘 선진국보다 경찰인력이 부족하다고 하고 증원해야 한다고 하면서 현장에는 항상 경찰관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 인력부족 문제의 해답은 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112신고를 받고서 출동하는 파출소 직원에게 "빨리 처리내용을 보고하라"고 재촉하는 그런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문서편집을 잘하는 소위 젊고 유능하다는 경찰관들을 현장에서 본청, 지방청 등으로 차출한다며 경찰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한참 파출소, 지구대에서 현장을 경험해야 할 젊은이들이 현장으로부터 차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대학교를 졸업하고 승진한 고위층 간부 중 파출소, 지구대 경험 3년 이상자가 거의 없다고 하지 않느냐는 한탄이다.

박 변호사는 "한참 일을 배울 이들 젊고 유능한 경찰관 스스로도  파출소, 지구대, 조사, 형사업무를 꺼리고 있다"며 "현장을 피해 본청, 지방청 기획부서와 교육기관으로 가거나 외국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심지어 로스쿨 진학준비를 위해 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승진과 포상도 지방청, 본청 등 기획부서에서 많이 차지한다. 인사권자인 윗사람이 볼 때 자신에게 보고를 자주 많이 하고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일선 파출소에서 주취자나 신고 사건과 씨름하고 강·절도범죄를 아무리 많이 해결해도 경찰청장 표창한번 받기가 어렵다"며 경찰청에 근무하면 흔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 경찰청장 표창인데도 말이다"라고 혀를 찼다.

박 변호사는 또 경찰청에 근무하는 서울에 집이 있거나 소위 젊고 유능하다는 사람들로 우선 채워지고 일선에서 사건처리 현장 경험이 많은 노련한 순경출신 경찰관들은 점점 경찰청에 근무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장을 모르는 윗선들이 경찰조직을 움직이다 보니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에 내려오는 각종 공문과 지시문서가 현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파출소, 지구대에 가보면 본청, 지방청, 경찰서에서 내려온 온갖 지시공문서로 가득 차있다. 공무원 증원이 현장 인력은 부족한데 지방청, 경찰청 조직만 신설하고 보고와 지시 사항들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말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면서 파출소 현장체험, 현장직원과의 소통을 외치지만 현장인력 재배치에는 늘 소극적"이라며 "아니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려면 현장 인력을 줄이고 기획부서 인력을 늘려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 우리 경찰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본청·지방청 등 상급기관에 있는 직원들을 일선 파출소·지구대 같은 현장에 재배치하려면 어떻게든 서로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며 이제는 경찰 조직의 이런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파출소, 지구대, 형사, 교통, 수사 등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현장근무인사 가점을 주고 현장 중심으로 승진, 포상하고 보고·지시 방식의 문서 시스템을 대폭 감축하고 현장 중심의 일 처리로 바꿔야 한다.

경찰대학, 간부후보생은 무조건 졸업과 동시에 5년 이상 파출소·지구대 등 현장부서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그 기간에는 승진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밤거리를 배회하는 가출청소년과 우범자들을 보호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경찰서, 지방청 인력을 밤거리 현장에 재배치하여야 한다. 

경찰서, 지방청에서 오직 보고를 위해 당직 근무를 서는 내근직원들도 파출소 등 일선 현장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을 꺼리는 고위직 공무원 문제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민생 현장 근무를 꺼리는 것은 비단 경찰 조직만의 문제만 아니다며 각 중앙부처, 지자체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특히 윗선으로 올라갈수록 집무실·접견실이란 명목으로 사무실 크기만 커지고 결재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위로 올라갈수록 회의만 하고 현장을 소외하는 풍토가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보조금이나 기금 등의 예산을 집행하고 그 예산이 그대로 집행되는지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고위 공무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공무원 조직이 얼마나 민생과 동떨어지고 자기 중심적인가는 그들의 근무 시간만 보아도 알 수 있다"며 "실제 민원인들은 평일이나 주간 시간대는 생계에 매달려 관공서를 찾기 어려운데도 야간·주말에는 관공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휴무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저마다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주민친화적 행정을 펼친다고 앞다투어 공치사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낯 간지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고시에 합격한 젊고 유능하다는 직원들은 지자체근무 등 현장근무와 민원부서 근무를 기피한다"며 "그들이 나중에 정책기획·집행자가 되었을 때 현장경험이 없으니 현장에 맞지 않는 기획과 집행을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고 역설했다.

또한 중앙과 지방, 현장과 기획부서직원 간에 인사교류가 되지 않으니 정책집행의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복지담당공무원이 보조금, 기금 등 예산을 횡령해도 감독자들은 결재만 할 뿐 자신은 잘 모른다고 하면 그만이라며 사회적인 이목이 쏠리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인력과 전담부서가 없다고 하면서 자리부터 만들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력 재배치만 해도 증원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조금만 직급이 올라가면 민원인들과의 접촉은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여 말단 창구직원들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결재만 하려고 한다. 

그는 지금도 공무원이 되려고 노량진 학원가에서 행정법, 행정학 등 시험준비에 매달리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언제까지 우리의 젊은이들을 쓸데없는 공부를 하면서 인생을 허비하도록 둬야 하는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며 "실제 현실은 공무원 시험과목과 공무원의 업무와는 별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도 바뀌었으니 공무원들이 민생 현장을 방문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어떻게 하면 민원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배려와 희생·봉사정신을 갖춘 공무원 조직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무원 증원이 단순히 OECD 회원국 중 수요에 비해 공무원이 적다는 이유와 실업자구제차원에서 진행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도 공무원은 많다. 실제 민생 현장을 책임지는 ‘진짜 공무원’이 없을 뿐이다. 현장을 뛰는 공무원보다 보고· 지시하는 공무원이 많다.

특히 경찰, 소방, 복지 분야는 현장이 가장 중요한데 증원된 인력은 현장에 없다. 더 이상 윗사람 자리 늘리기식의 보고·지시부서 인력증원 늘리기는 안 된다며 증원이 아닌 공무원 조직 진단을 통해 현장인력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만 선행되도 지금의 몇 배 효율적인 공무원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기도내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이 소방공무원은 "소방청 신설 독립 당시 윗선 자리만 늘었다. 국가직 전환도 윗선 조직만 늘어나고 보고단계와 문서업무만 늘어날 뿐 현장인력 여건은 오히려 악화된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합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 때는 공무원 재배치 실적을 보고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