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광장 집회저지 차벽봉쇄 조치에 대해 참여연대가 제기한 위헌신청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렸다.

경찰의 공권력 조치가 부당했다며 시민단체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행사 과정에서 경찰이 전경버스로 서울광장 전체를 둘러싼 것을 두고 참여연대 간사 9명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했다. 이들은 당시 전경버스가 차벽을 이뤄 광장을 봉쇄하는 바람에 자유롭게 통행할 수 없었다며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를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지난 30일 위헌 결정을 내고 "시민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위헌이다"고 밝혔다. 9명의 재판관 중에서 7명이 위헌 의견을 내고 2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먼저 헌법 소원을 제기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당시 통행 제지를 당한 후 경찰청장이 버스를 철수시키긴 했지만 같은 유형의 침해 행위가 반복할 위험이 있는데다 헌법 질서 수호를 위해 해명이 긴요하다는 점에서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위헌 판결 근거로는 과잉금지 원치 위반을 들었다. 헌재는 “불법폭력집회나 시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시 조치는 필요 최소한이라고 보기 어려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당시 차벽을 만들면서 시민이 통행할 수 있는 통로조차 개설하지 않은데 대해 헌재는 “몇 군데라도 통로를 개설해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덜 침해적인 수단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이를 생각하지 않고 모든 시민의 통행을 원천 봉쇄한 것은 공익과 사익의 균형이 어긋난 데다 시민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헌재의 설명이다.

당시 조치가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발동한 만큼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에 모일 경우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인 만큼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평화로운 시위의 정착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막는 차벽봉쇄를 중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이번 헌재 판결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차벽을 배제할 경우 불법폭력 시위 진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