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진앙지 부근에서 '액상화 현상'이 관찰돼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대피소마다 이재민들이 가득차면서 5일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피로현상을 보이고 추위까지 닥치면서 감기 환자도 나타나고 있다.

포항시 홍해읍 용천리 진앙지 인근 논에서 물과 함께 모래가 솟구쳐 올라 논바닥을 적시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액상화 현상은 지반을 약화시켜 내진설계가 된 건물이라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 YTN>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포항시 홍해읍의 한 논에서 액상화 현상이 발견됐다.
국내에서 지진으로 인한 액상화 현상은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현장조사팀은 전날(18일) 지표지질 조사를 실시해 포항 지진 진앙지 일대에서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와 머드 볼케이노(진흙 분출구) 30여 개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
이 분출구는 타원형이나 긴 선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원 측은 "분출구가 액상화 현상의 증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규모는 긴 쪽 지름을 기준으로 대부분 cm 급이지만 최대 10m에 이르는 것도 발견됐다.

액상화 현상은 강한 진동으로 지반이 머금고 있던 물이 표층으로 빠져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젖은 땅이 마치 반죽처럼 물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반을 구성하고 있는 모래가 지진 등의 충격이 오면 입자들이 재배열되어 액체처럼 흔들리는 현상이다.
또 물과 흙이 빠져나간 자리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내진 설계가 잘돼있는 건물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도 있게 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이런 액상화 현상으로 대규모 피해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아직 지표면의 현상만 가지고 이를 액상화 현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단순히 지진으로 압력을 받은 지하수가 흙과 함께 뿜어져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진 이후 발생한 건물 기울어짐과 붕괴가 액상화 현상으로 인한 것인지 전문가들을 투입해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섰다.

앞서 지난 15일 포항에서는 경주(5.8)에 이어 역대 2번째인 규모 5.4 지진이 발생해 초유의 수능시험이 23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포항 지진은 진앙이 지하 8km로 낮아 진도는 경주보다 낮았지만 피해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