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의 한살이

방과 후 학교에서 생명과학반으로 활동한다. 4학년 초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두시간 정도 수업을 한다.

지난 4월 10일경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수업시간에 관찰하고 한마리씩 받아서 집에 가지고 왔다. 톱밥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통 안에 주름이 잡힌 커다란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다.
"쉿~~"
시끄러운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번데기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용히 하라고 형에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애벌레가 살고있는 톱밥을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신문지를 깔고 청소를 해주었다. 굵은 나뭇가지와 톱밥이 아닌 것을 집어내 버리고 애벌레를 다시 넣어주었다. 잘 관찰하고 싶었지만 통 속에 들어있어서 애벌레가 밖에서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가끔 애벌레 몸이 보일 때에는 한번씩 뚜껑을 열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애벌레가 보이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희고 토실토실하던 애벌레가 조금 작고 색깔이 진한 번데기로 변해서 톱밥 위에 있었다. 아주 신기했다. 그게 5월 중순이었다.

그리고 또 한참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느 날 아침, 톱밥을 청소하려고 번데기가 있는 통을 열었더니 번데기는 없고 장수풍뎅이가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장수풍뎅이 옆에는 풍뎅이가 벗고 나온 번데기 껍질이 있었다. 곤충이 '탈피'를 한 것이라고 엄마께서 말씀하셨다.

뿔을 보니 암컷이었다. 수컷은 뿔이 아주 크다고 하셨는데 내 것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애벌레를 가져올 때 암컷이라고 했는데 맞았다.

장수풍뎅이가 살 집을 새로 만들어 주었다. 통에 들어있던 톱밥을 상자로 옮기고 풍뎅이를 가져다 놓았다. 상자에 네모 구멍을 뚫었는데 형이 그곳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해서 비닐로 다시 막은 후 작은 구멍을 뚫었다. 장수풍뎅이를 그 속에 넣었더니 톱밥 속으로 자꾸 들어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장수풍뎅이가 자꾸 상자를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닐을 뚫고 나와 있었다. 집어넣어도 자꾸 나오고 상자를 긁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작년에 형이 학교에서 가져왔던 사슴벌레 애벌레는 번데기도 되지 못하고 죽어서 잘 몰랐는데 곤충을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장수풍뎅이 먹이가 젤리라고 하여 몇 개 사가지고 와서 주었는데 너무 크게 잘라서인지 먹지 않았다. 성충이 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먹이도 안먹고 상자만 긁어대는 게 불쌍해서 놔 주기로 했다.

형과 집 뒤 산에 있는 나무 밑에 톱밥을 뿌리고 그 위에 놓아주었다. 한참을 톱밥 위에 그대로 있어서 집어 나무에 붙여놓았다.
 
장수풍뎅이를 키우며 애벌레가 번데기로, 번데기가 성충이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장수풍뎅이가 자연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