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장사꾼 트럼프

결국 ‘무기 장사’였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1박2일 방한 일정을 결산하며 평가하는 말이다. 지난 11월 7~8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은 미국산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한국으로 오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그 일자리라는 게 미국산 무기를 많아 팔아서 고용창출을 하겠다는 전략이었던 모양이다.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얼마나 많이 구매하기로 한 것인지 구체적인 금액은 나와 있지 않지만 트럼프 자신이 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수십억 달러의 달하는 장비를 주문하는 것으로 말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우리 돈으로 수조 많게는 10조원 가까이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핵잠수함, 전투기, 미사일 등의 군사장비를 도입하는 것으로 거론되었는데 핵잠수함을 제외하고 7조 8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혹자는 이로 인해 한국의 국방력이 강화되었고 또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폰으로 인해 발생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미국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첨단 무기 판매로 무역 적자 폭도 해소하여 서로 윈윈한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를 하였다. 무기 판매의 실상은 정상적인 무역이라기보다는 외교적 수단을 통한 강매라고 불 수 있는데 한국에서 주문했다고 하니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미국 군수업체 입장에서는 한국은 영원한 봉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트럼프는 북 조선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 있는 말 없는 말 온갖 험한 말을 쏟아내며 전쟁 불사의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장하더니 정작 한국에 와서는 무기 판매의 꼼수를 부리며 록히드마틴 등 미국 군수 산업체의 해외 판매 대리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트럼프의 이러한 무기상으로서의 모습는 한국에서만 그런게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사우디에 가서도 그랬다. 

돈을 주고 사는 평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소위 북핵 문제와 한미 FTA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하여 다들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그간 정제되지 않은 돌출발언을 마구 하였기 때문에 여기 와서도 그런 말을 하여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더욱 부채질할까봐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였다. 특히 미국의 항모 세척이 한반도 해역에 와 있고 전략 자산들이라고 평가되는 첨단 무기들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라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군사적 발언이나 제스추어를 쓰면 북을 더욱 자극하겠기에 매우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요 목적인 무기 판매와 748억 달러 우리 돈 약 83조 원에 달하는 대미투자에 만족했음인지 그러한 돌출적인 발언이나 행동은 없었으며 발언 수위도 당초 예상 보다 낮았다는 평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으려고 살얼음판을 조심조심 걷는 형국이다. 행여 잘못하여 난동을 부리면 얼음판이 깨져 다 빠져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돈 달라고 하는 대로 해주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잠시 동안의 평화를 살 수는 있어도 항구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돈 떨어지면 또 성화를 부릴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적반하장의 트럼프 연설

그러나 트럼프는 역시 트럼프였다. 다음날 국회 연설에서 역시 트럼프 다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지난 9월 20일 유엔 본희장에서 연설할 때 조선에 대해 ‘범죄자 집단’ ‘완전 파괴’ ‘타락한 정권’ 등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처럼 국회에 와서도 오로지 조선 때리기로 일관하였다. 조선을 독재체제라고 하는 것은 물론 감옥국가, 이단국가, 비뚤어진 체제, 나아가서 지옥이라고 까지 표현하였다. 30분 남짓 연설에 북을 34번이나 거명하였다. 트럼프의 연설 내용은 사실 미국에 그대로 해당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감옥에 들어가 있는 수인이 제일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총기 사건이 제일 빈번하고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인 미국이 비뚤어진 체제인데 무슨 주제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온갖 침략과 분쟁을 일삼고 양민 학살을 한 배후자였으며 한반도에서 저지른 미국의 범죄가 이루 말 할 수 없는데 자신은 마치 완전무결한 것처럼 하면서 남을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언어도단이다. 유엔 연설에서도 보았듯이 이미 부적격하다는 것이 판명되었음에도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에서 연설을 배치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현상을 타개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도 담겨 있지 않고 미국과 한국은 선이고 조선은 악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한 초중생 정도의 수준 낮은 연설에도 그저 박수 부대로 말이 끝날 때 마다 박수나 치는 대다수 국회의원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였다.

트럼프에게 물어야 했던 것

트럼프가 발언한 요지는 한마디로 조선이 미국 앞에 무릎 끓고 항복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하면 떡고물이라도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의 비핵화 운운도 그런 이야기이다. 적어도 국회의원 중에는 트럼프에게 몇 가지 질문을 공개적으로 묻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미국의 핵은 인류에게 좋은 것이고 조선의 핵은 나쁜 것인가? 미국의 핵은 괜찮고 조선의 핵은 왜 안되는가? 나아가서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공인된 나라의 핵 외에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은 왜 눈감아주고 조선의 핵은 왜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는가? 트럼프에게 물었어야 했다. 

트럼프는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이 말은 조선에게도 똑 같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결국 힘과 힘의 대결로 치닫게 된다. 그것은 핵 대 핵의 대결이고 조선도 미국도 공멸적인 사태를 맡게 된다. 

트럼프와 미국도 이렇게 까지 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적절한 시점까지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무기나 팔아먹자는 장삿속밖에 더 되겠는가. 어떻든 조미 대결에 등터지는 것은 호갱 노릇하는 한국이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핵은 사라져야 한다. 미국이 조선 핵을 문제 삼으려면 자신의 핵도 폐기하고 비핵화하는데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 땅에서는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미국이 방해를 하지 않으면 남과 북이 같은 민족으로서 평화롭고 번영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미국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을. 우리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터이니 미군은 미국으로 가면 된다는 것을,

노세극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