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공모해 방송장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고, 김 전 사장의 도주 우려가 크지 않고 주요 혐의인 국가정보원법 위반은, 국정원 직원의 위법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고려할 때, 김 전 사장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게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 강부영 부장판사는 9일 "김 전 사장에 대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고, 김 전 사장의 도주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또 김 전 사장의 주요 혐의인 국가정보원법 위반은 국정원 직원의 위법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란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김 전 사장은 앞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면서 "할 말은 해야 하는 게 용기라고 생각각합니다. MBC는 장악될 수 없는 회사고, 장악해서도 안 되는 회사"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사장 재임 기간 MBC에서는 간판 시사 프로그램 폐지, 기자와 PD 해고 등이 잇따랐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MBC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김미화 씨 등 특정 연예인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사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자와 PD 등을 대거 업무에서 배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 등을 전달받고 벌인 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MBC 전 간부를 불러 김 전 사장이 국정원으로부터 공문을 전달받은데로 그대로 시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파업 이후에는 파업 참여 직원들을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해 보복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고 김 전 사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MBC 노조는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확신했으나 기각 결과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