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유출된 애플비 문서에서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와 전.현직 임원들의 이름이 드러났다.

6일 뉴스타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세금탈루 혐의로 거액의 추징금을 받고 조세회피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로 조세회피처 은닉 정황이 또 드러났다. 

조석래 전 회장과 그 아들 조현준 현 회장이 2016년 1월 각각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이다.

조 회장 일가의 탈루수법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해외 조세도피처를 어떻게 악용해왔는지 그 전모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지난 2005년 조석래 회장은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부사장과 함께 유서깊은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건지섬에 페이퍼컴퍼니(이름만 있고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를 4개나 설립했다.

조 회장 일가는 이들 유령회사에 (주)효성의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즉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싸게 넘겼다. 

조 회장 일가는 이 가운데 일부를 효성 주식으로 전환한 뒤 되팔아 7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조세 당국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중 55억 원 가량을 바하마에 있는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로 보내고,다시 이 돈을 미국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로 보냈다. 두번의 세탁을 거쳐 55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돈이 도착한 이 미국 페이퍼컴퍼니의 소유주는 조석래 전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이었다.

또 조석래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 두 개를 만든다. 그리고 한국의 효성 본사가 효성의 중국법인에 설비를 판매하는데, 그 사이에 공연히 이 페이퍼 컴퍼니들을 끼워넣어 중개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중국법인들로 하여금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이 페이퍼 컴퍼니에 700억 원을 지급하도록 한 뒤 이를 홍콩에 설립한 또다른 제 3의 페이퍼 컴퍼니인 '효성파워홀딩스'란 유령회사로 빼돌렸다. 

검찰은 돈이 빼돌려진 이 제3의 컴퍼니가 조석래 전 회장의 개인 차명회사로 보고 있다.

애플비 유출 문서에서 드러난 효성 관련 페이퍼 컴퍼니도 '효성 파워홀딩스'라는 회사로 기재돼 조석래 전 회장의 세금탈루 수법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 회사는 효성의 공시자료에도 나와있다. 공시에 따르면 2006년 2월 조세도피처인 케이맨아일랜드에 설립됐으며 효성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설립 당시 업종은 지주회사였지만 2012년 말 '변압기 제조업'으로 바뀌었다가 2013년 3분기부터 다시 지주회사로 변경됐다. 자산은 300억 원 가량으로 시작해 700억 원까지 늘어났다가 2015년 갑작스럽게 청산됐다.

애플비 유출 문서에 등장한 이 회사 이사의 명단에 조석래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문 회장의 이름이 확인됐다.

조현문 씨는 미국 변호사로서 조석래 일가가 조세도피처 회사를 설립하고 악용하는데 깊숙히 개입한 인물이다. 그는 2008년 8월부터 최소한 2013년 3월 26일까지 이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로 재직했고,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모 상무 역시 2009년 3월부터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이 회사의 설립 목적에 대해 효성 측은 자신들도 이 회사의 용도를 모른다고 답변해 회사 차원의 정상적인 목적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특수 목적에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뉴스타파는 이 회사에 이름이 오른 다른 효성 전직 임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 역시 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전직 임원의 경우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한동안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애플비 유출 문서에서는 더욱 이상한 정황이 발견된다. 유출 문서에 있는 이 페이퍼컴퍼니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월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 장소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효성 본사였고 참석한 이사는 단 두 명으로 기재돼 있다.

이사회에서 효성은 이 페이퍼 컴퍼니에 2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의 지급은 홍콩에 있는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이루어졌고 이후 이 회사의 자본금은 8301만 달러로 늘어난다.

단 두 명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케이맨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에 200억 원 가량 투자를 결정하고, 그 투자금은 홍콩에 있는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건 누가봐도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일은 공시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년 말, 효성이 공시한 이 회사의 자산은 706억 9000만 원으로 애플비 문서에 나온 것과는 180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뉴스타파는 이러한 취재 내용을 효성 측에 밝히고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했으나 효성 측은 이 회사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석래 전 회장과 조현준 회장의 비자금 조성, 탈세와 횡령, 배임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