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함(6월, 일본 남쪽해상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 충돌, 7명 사망)에 이어 두달만에 매케인함(8월, 말라카 해협 리베리아 선적 유조선 충돌, 10명 사망) 충돌사고로 17명이 사망한 가운데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함에 대한 근무 여건이 물에 떠있는 감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000km 밖의 항공기도 찾아낸다는 이지스구축함은 북 미사일과 핵 억제력을 위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눈앞의 상선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물위에 떠있는 감옥'이라는 이지스함 탑승 수병의 토로가 나온 것이다. 이지스함에 탑승한 승조원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대북 핵 억제력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17일 일본 남부 시즈오카(靜岡)현 미나미이즈초(南伊豆町) 주변 약 20㎞ 인근해상에서 요코스카 기지를 근거지로 활동 중인 7함대 소속 피츠제럴드함이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7함대소속 피츠제럴드함이 폭탄을 맞은 듯 부서진 모습. 피츠제럴드함은 2016년 '서해수호의 날'인 3월 25일 서해 해상에서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해 5인치 함포사격을 하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CNN과 미 해군 전문 매체 네이비타임스에 따르면 한반도 연안을 작전지역으로 하는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샤일로함’ 승조원들이 지나친 체벌과 업무과중, 훈련 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앙일보가 13일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2015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샤일로함 함장으로 근무한 애덤 아이콕 대령의 재임 기간 동안 진행된 3건의 환경평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환경조사는 승조원들의 사기 및 삶의 질 평가 수단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익명으로 조사에 임한 승조원들은 샤일로함 근무 여건에 대해 "어디가 먼저 고장나는지 보기 위한 경주처럼 느껴진다" "물에 떠 있는 감옥"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 등의 평가를 내렸다.

세계 최강으로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과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구축함 존 매케인함이 6월 발생한 피츠제럴드함 충돌 사고 이후 2달만인 지난 8월 말라카해협에서 충돌사고를 냈다.

또 지휘부의 무능과 자신들의 자살충동 및 절망감을 호소했다. 이들에 따르면 아이콕 대령은 아주 사소한 근무 중 실수에도 승조원들을 구금실로 보냈다.

일부에게는 3일 동안 빵과 물만 먹이는 가혹행위도 벌어졌다. 조사에서 '조직 지도부가 나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 믿는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승조원의 31%에 그쳤다.

'조직 임무에 최선을 다할 동기부여를 느낀다'는 항목에 37%만이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네이비타임스는 지도부가 첫 번째 조사가 실시된 2015년 8월 이후 이 같은 문제점들을 인지했으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해군 대변인은 "(보고서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개인적이고 기밀해야 한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조사 이후 아이콕 대령의 당시 상급자였던 찰스 윌리엄스 해군소장이 대면 회의를 통해 개선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샤일로함은 지난 6월 한 수병의 실종 사태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 6월 8일 오키나와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피터 밈스 하사가 갑자기 사라져 미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과 합동으로 순양함,구축함 등 수십 척의 함정과 P-8 해상초계기와 헬기 등을 동원해 50시간 동안 5500해리(1만186㎞)의 광대한 해역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밈스 하사는 함정 내 기관실 공간에서 발견됐다.

미 해군 제7함대에서는 두달 간격으로 이지스함 피츠제럴드함과 존 S. 매케인함이 잇달아 상선과 충돌하면서 17명이 사망했다. 미 해군은 전 세계 구축함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지휘관 6명을 파면했다.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북한의 도발 억제 책임을 맡고 있는 미 7함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미 태평양 사령부의 전직 정보센터 국장인 칼 슈스터는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갖춘 미 이지스 함대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공격에 대한 7함대의 방어 능력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는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미 태평양사령부 예하 제7함대 제70임무단장인 찰스 윌리엄스 소장과 제15구축함전대장인 제프리 베넷 대령이 파면됐다며 이지스 구축함인 피츠제럴드함과 존 S. 맥케인함 등 사망자를 낸 충돌사고 문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 해군은 조셉 오코인 전 7함대사령관과 함께 두 사람을 보직 해임했었다. 이로써 이지스함 충돌사고 이후 파면된 7함대 소속 고위 지휘관은 6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