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열흘에 이르는 명절 연휴가 30일(토) 시작된 가운데 노동자들은 추석을 맞아 쓸쓸함이 더욱 커지는 곳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연휴를 맞아 돈이 많이 필요해졌지만 오히려 체불임금 사업장에서는 고향 방문길에 오르지 못한 채 미지급 임금 해결을 위한 투쟁이나 해고 뒤 복직판결을 받고도 사측의 거부로 복직이 실현되지 않아 거리에서 명절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 노동부 체불임금 파악, 작년 대비 줄었다 ? = 정부는 체불임금 사업장에 대한 실태 점검과 해결을 독려하면서 체불임금 규모가 지난해 보다 줄었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노동현장에서 집계한 것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추석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현장 지도에 나선 결과 체불임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임금을 받지못한 노동자들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와 달리 체불임금 규모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현장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임금 체불을 신고한 노동자 수는 약 140만명, 이들이 받지 못한 임금 총액은 6조 1,3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이 중 건설업종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약 1조 1200억원으로 전체 체불임금 총액의 1/5인 20%를 차지했다.

해마다 명절이면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현실은 그대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정확한 조사를 통한 실태파악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실태점검 결과는 현장 건설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임금체불의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 철도시설공단 발주공사 국토부 1억 1200만원, 건설노조 12억 6천만원, 10배 차이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건설현장 대금체불 조사 결과와 건설노조가 수집한 임금체불 사례를 비교한 결과 임금체불금액 규모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7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10일간 모든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의 건설현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공사대금 체불액은 106억 4000만원으로 지난해 추석(167억 8000만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근거로 국토교통부는 강력한 체불근절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토교통부의 발표는 건설노조의 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국토부 산하기관인 철도시설공단 발주공사의 경우, 국토교통부 집계는 체불임금 총액이 1억 1,200만원이지만, 건설노조가 지난 20일부터 일주일간 수집한 현장별 사례 자료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액은 총 12억 6000만원에 달했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와관련 정동영 의원은 "국토교통부에서는 매년 명절 때마다 2-3주 정도의 기간에 걸쳐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의 모든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체불 실태점검을 하고, 그 결과 매년 건설현장에서 체불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낸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설현장의 대금체불 규모가 매년 60%씩 줄고 있다는데, 어째서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명절이 왔어도 한숨만 쉬어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 복잡한 다단계 하청구조가 체불 원인 = 전문가들은 임금체불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은 복잡한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규모는 최근 5년간 신고접수된 것만 1조 1,200억원에 이르고, 실제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발주기관->원청->하청->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건설업 특유의 대금지급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예산 조기집행 등 정책을 취해도 노동자들은 돈을 손에 쥐기 힘든 게 현실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사계약이 체결되면 통상 발주기관에서는 건설사에게 공사대금의 일정 비율을 '선급금'으로 지급하는데,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미리 받았다고 해서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 4대강 사업 예산 3조 6천억 선급금 원청 지급 중 하청 지급 29%, 노동자는 더욱 열악 = 실제로 이같은 현상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동영 의원실이 경실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4대강 사업 발주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 지방자치단체, 5개 국토관리청은 2010년 4대강 예산 총 3조 6000억원의 36%인 1조 3,086억원을 선급금으로 원청대기업에 지급했지만 이 중 29%만이 하청업체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쥐꼬리 선급금을 받는 하청업체로부터 임금을 받아야하는 건설노동자의 사정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임의 경우 선금으로 지급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원청에 지급한 선금 1조 3,086억원 중 노동자의 몫은 한 푼도 없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 조기집행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며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에 따라 선급금은 공사에 필요한 노임이나 자재구입비용, 보험료 등에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당연하다는 듯 한참 뒤에 지급되거나 체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책기관이 발주하는 공사 선급금이 제대로 경기순환을 위해서는 복잡한 하청단계를 줄이고 선급금 중 노임이 하청노동자에게까지 집행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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