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바마 정권 시절 이뤄진 이란과 핵합의가 실패했다며 파기를 시사한 것과 관련 유럽연합(EU)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0일 "모든 당사국이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며 재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AP, AFP 등 외신을 인용해 모게리니 대표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합의 당사국 대표 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핵합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21일 오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합의는 핵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고 그러한 역할을 하는 만큼 합의 내용 일부에 관해 재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당사국이 현재까지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지난 2015년 7월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핵합의안을 타결한 바 있다.

모게리니의 발언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을 비난하면서 전임 정권에서 합의된 이란 핵합의가 실패했다며 이를 파기할 수 있다고 비난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합의를 실패로 규정하고 파기 가능성을 언급해오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공식 발언을 통해 파기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유엔 연설에서도 이란 정부를 "부패한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그것(핵합의)이 결과적으로 핵 프로그램 건설을 위한 보호막을 제공한다면 그 합의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