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주군과 그의 18년 복심 관계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이 법정에서 만났다.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중 1명으로 불렸던 정호성 비서관은 주군을 잘 보필하지 못한 참담한 표정을 보였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최순실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증언을 거부하면서 증인신문은 40분간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공범 관계인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이미 정 전 비서관과 관련된 부분의 심리를 끝내 이날 불출석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면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볍게 머리를 숙여 정 전 비서관의 인사를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증인으로 나와 "오랫동안 모신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 나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도저히 감내할 수 없어 오늘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서의 진정성립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앞서 말했듯이 증언을 거부한다"며 "기존에 이미 제 재판 등에서 증언과 진술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더이상 오늘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다만 이미 제가 이야기 한 것에 대해선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증언은 거부하면서도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대통령은 부패뇌물은 경기를 일으키는 분"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1월 19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서도 "최순실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고칠 정도의 정책적 판단 능력은 전혀 안 된다"면서 "대통령께서도 한 번이라도 체크를 더 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하신 것"이라며 "(최씨의 의견을) 특별히 좋아하셨거나 크게 기대하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데 사적 영역에 의존했다는 지적에도 "의존이 아니라 참고"라고 대꾸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청와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이메일 혹은 인편으로 보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됐다.